이율동 편집국 부국장

지난해 12월 전국 대학교수 1천46명을 대상으로 올해 사자성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3%가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그 이유로 지금 우리 사회가 서로 운명공동체임을 모르고 서로 반목하는 것이 공명지조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해졌다.

‘공명지조’(共命之鳥)는 아미타경 등 불교경전에 많이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전설속의 새를 뜻한다. 공명지조는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살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전해오는 설(說)에 의하면 한 머리는 몸을 위해 늘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를 질투한 다른 한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한 머리에게 몰래 먹여 결국 공명지조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에게 서로를 이기려고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같이 죽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 주고 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당파 싸움으로 인해 국력을 소진하고 외세의 침입을 받아 수 많은 백성들이 희생을 당하고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나아가 나라를 빼앗기는 망국의 치욕까지도 당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사자성어인 ‘공명지조’가 더욱 되새겨 지는 것은 아마도 오는 4월 치러지는 총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제 21대 총선 정국이 설 명절이후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그 의미가 더욱더 현실로 다가온 듯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수십 차례의 총선과 대선을 치러오면서 당 대 당, 후보자 상호간 승리를 위해 비방과 모략의 진흙탕 싸움으로 분열과 혼란을 야기해 왔다. 그 결과 선거 후 국회에서도 여야는 소통과 화합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기는 커녕 당리당략을 앞세워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수많은 민생법안 조차도 여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오면서 신뢰 받지 못하는 국회로 전락하고,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어왔다.

전설속의 ‘공명지조’처럼 국가와 국민은 한 몸인데 그 국가와 국민을 이끌고 대표하는 머리는 여야 두 개로 나눠져 있지 않는가 즉 여야가 소통과 화합의 대의정치를 펼치질 못하고 서로 이기기 위해 싸움만 벌이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하나의 몸통인 국가와 국민이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의 정치적 역사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공명지조’란 사자성어는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교훈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다가오는 4월 총선에 나서는 각 당 후보자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승리를 위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모략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할 것이다.

유권자 역시 지역구와 국가를 이끌고 대표할 수 있는 인물과 공약을 세심히 살피고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는 4월 15일 제 21대 총선은 그 어느때 보다 각 후보 간 개인과 소속 정당의 승리를 위해 상호비방과 폭로, 의혹제기 등 혼탁선거가 아닌 인물과 공약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선의의 싸움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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