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화산폭발은 아니지만 2년여 전 우리나라에서도 5.8과 5.4의 강진이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하여, 특히 주거지가 인접되고 토양이 연약한 포항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서, 화산이며 지진 등 지하에서 발생하는 열과 압력에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학자들 중 우리나라의 화산들, 백두산, 한라산, 울릉도 등이 사화산이 아닌 휴화산으로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특히 백두산은 지금 지하마그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는데, 그 화산의 규모도 크지만, 정상의 칼델라, 즉 천지의 물이 굉장히 많아서 화산 폭발시 인근 지역들이 수해를 크게 입을 것이라고 한다.
‘불의 고리’라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서,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진 및 화산안전대로 믿고 살고 있었지만, 바로 이웃한 일본의 경우는 지진이 끊임없고, 활화산과 휴화산이 존재하고,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피해가 발생함을 보아왔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위험 속에 오랜 기간 살아왔고 이에 대한 대비·대피뿐만 아니라, 화산지대의 온천수를 활용한 관광상품들을 크게 개발하고 선전하고 있다. 올 초 미국에 머물면서 일본의 영어방송인 NHK를 자주 시청했는데, 전국 각지의 다양한 온천, 여관 등 관련 시설, 그리고 증기에 음식을 익히는 등의 모습들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화산의 무서움을 우리는 고대 이탈리아 봄베이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은 ‘봄베이 최후의 날’이라는 주제로 많은 영화와 소설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 도시는 1,700년전 화산의 폭발로 온 도시가 7~8미터 두께의 뜨거운 화산재에 묻혀져 버렸다. 1709년 4월 로마 인근 수도원에서 우물을 파다가 지하에 묻힌 도시 일부를 발견해 내었는데, 그 이후 수백년에 걸쳐 조심스럽게 발굴이 이루어지고 1938년 12월 11일 헤르쿠렐늄 극장에 세워진 돌벽, 프레스코 벽화, 원형극장 등이 발견되었다. 그 도시의 찬란함도 놀라움이지만 이러한 도시가 순식간에 화산재로 뒤덮여 졌음도 또 하나의 놀라움이다.
하지만 발굴학자들이 궁금해했던 것은 집안의 가구며 식탁들에서 급작스럽게 도시가 화산재로 덮이게 된 것이 엿보이는데,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 후 이들은 화산재 속에 조그만 빈 공간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여기에 석고를 부어 굳히고 파보니 절박했던 순간의 시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것이다. 아이를 온몸으로 안으며 죽어간 부모들, 화산재에 뒤덮이며 몸부림치던 모습들이 그대로 들어난 것이었다. 모두가 뜨거운 화산재로 뒤덮이고 차차 굳어 갔는데, 이 남은 시체들이 후에 차차 썩어가서 빈 공간으로 남은 것이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백두산의 지하구조를 탐지하는 일부 학자들은 북한의 지하핵실험에 의해 더욱더 이 움직임이 강화되고 촉발되어 화산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 주변이 봄베이와 같이 화산재로 덮이는 것은 물론이고, 천지의 물로 일부 지역은 큰 수해를 입게 되고, 그 화산재가 한반도와 일대는 물론이고 북반구 상층을 보름 이상 혹은 몇 달을 암흑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일부 학자들의 가설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대재앙만이 아니라 이로 말미암은 지구의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방지할 수 있다면 해야 할 것이지만 발생을 일찍 예측하고 즉각적인 대피 하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를 당사자인 북한과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이 포함된 다양한 국제적인 관련 연구기관들이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는 백두산 폭발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기온변화, 식생의 변화 등 지구온난화 여파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야 할 것이고, 좀 더 나아가 북한과 간도지역,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유적들, 특히 발해의 유적, 영토, 멸망 등에 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발해의 멸망이 백두산의 폭발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만큼 백두산 화산폭발 연구와 더불어 인근 국가들의 성쇠에 관해서도 폭넓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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