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에서 토지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개인은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한시적으로 가질 뿐이다. 30년에서 50년에 이르는 토지사용권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시장이 중국 내수경제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이라는 점이 경이롭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에서는 부동산가격은 매년 2배이상 상승, 거의 15배 정도 올랐다. 매년 발표되는 중국 최고의 부자리스트에는 ‘완다’(万达)그룹 왕젠린 회장이 알리바바의 마윈 전 회장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부동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등극했다. 헝다(恒大)그룹 쉬자인 회장 등 2, 3명의 부동산 재벌이 10위권 안에 올라있다. IT기업과 더불어 부동산기업이 중국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속해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속성을 가진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부동산투기라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다.
토지의 국가소유권에는 변함이 없지만, 중국은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이후인 1997년부터 토지사용권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국유지’에 한시적 토지사용권을 이용해서 지어진 주택과 아파트 가격이 중국경제성장의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올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중국부동산 거품이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늘 제기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중국 부동산은 유효한 투기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베이징에 유학하던 시절, ‘한인타운’이 형성된 왕징에 새로 짓던 아파트가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사지 않았다. 그 때 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동안 한(?)이 되었다. 중국의 부동산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당시에는 왜 토지사용권으로 쌓아올린 아파트가 급등하는 지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살 때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거의 70%까지 대출을 해준다. 지금껏 중국의 부동산 투기는 이를 토대로 해서 가능했다. 직장인의 월 급여가 3,000~5,000여 위안(50~100만원)이어도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대출이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은 매년 20~30% 급등했기 때문에 서민이 쉽게 돈을 모으는 방법으로는 부동산이 으뜸이다.
중국정부는 이따끔 부동산가격 급등에 대해 규제책을 내놓는 등의 단기처방을 내놓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고 경기부양이라는 명목으로 규제책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2004~2007년 사이에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전중국에서의 건설수요가 부동산시장을 끌어올렸고 중국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시장의 확대를 부추기는 쪽으로 전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중국정부는 금융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건설 쪽에 시행했다. 이에 중국 부동산은 2009~2013년에 걸쳐 2차 상승기를 맞이했다.

완다그룹과 헝다그룹 등 부동산 재벌의 성장은 두 차례의 상승기를 이용한 대규모개발 호재에 따른 결과였다. 2016년 완다그룹의 왕 회장은 부동산재벌로는 처음으로 중국 최고 부자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쉬 회장도 같은 해 10위에 올랐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이 창궐하기 전까지는 중국 부동산이나 중국경제에 대한 위기경보는 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스보다 더 심각해진 우한 폐렴 확산은 중국경제는 물론 중국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가까스로 6%대의 턱걸이 경제성장율을 기록한 중국경제가 단기간에 우한 폐렴을 극복하고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중국의 부동산가격이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및 선전 등의 부동산지수는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이나 서울보다도 월등하게 높다. 토지소유권도 없는 한시적 토지이용권 위에 세워진 아파트인데도 말이다. 결국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시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분명하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중국지도부의 의지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의 중국 부동산의 구조와 가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지난 2012년 부동산 규제책의 일환으로 3채 이상의 주택보유자에게 은행대출을 금지시키고 독신자는 1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1%에 불과하던 양도세를 20배로 올리는 극약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중국 부동산시장은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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