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지구온난화란 말이 있다. 전 지구 지표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것이라고 한다. 온난화가 이루어지면 겨울에도 따뜻해야 한다. 온난화라는 표현은 여름에 더운 것 보다는 겨울이 덜 추운 것이 더 어울리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겨울마다 극심한 추위가 와서 진짜 지구온난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특히 포항에 지진이 발생한 2017년도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이 추위는 이듬해 봄까지 이어져 극심한 저온으로 꽃눈이 제대로 분화하지 못해 포항시 장기면의 유명한 산딸기 농사가 안되었을 정도라는 말도 있었다.

지구온난화라는데 왜 이렇게 강추위가 오는가 했더니 북극 근처의 제트기류의 흐름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북극에서 발생한 차가운 기단이 우리나라로 오는 것을 차단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다. 기상전문가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어쨌든 날씨는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나비효과라는 말도 생겼겠는가

그런데 올겨울에는 큰 추위가 오지 않았다. 지난 1월은 역대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는 기사가 있다. 눈도 오지 않았다. 이번 겨울의 강설량은 역대 최저라고도 한다. 최근 몇 년 만에 눈을 못보고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대신 비가 많이 왔다. 겨울답지 않게 내린 비로 땅이 질퍽거려 신발을 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비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에는 고속도로에 내린 빗물이 살짝 얼어붙은 블랙아이스로 40여 충돌사고도 났다. 살얼음이라 더 미끄러운데 얼음이 보이지 않아 주의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날씨가 많이 추우면 폭설이 내리거나 빙판길이 되는데 어설프게 춥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주에는 약간 추웠다. 그런데 그 전주에 ‘다음 주에는 추울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반짝 추위라는 표현도 있었다. 겨울에 추운 것이 별도로 뉴스가 될 정도로 날씨가 온화했던 것이다. 얼마나 춥지 않았으면 이런 것이 뉴스가 될까?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경우인가?

그런데 예전에 비하면 그렇게 강추위는 아니다. 별로 춥지 않는 겨울이라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나마 1주일이 지나서 이번 주 부터는 풀렸다. 이로서 한겨울 추위는 지나갔다는 말도 있다. 이제 큰 추위는 내년을 기약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를 보니 이제야 진짜 온난화가 왔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말로만 지구온난화라고 했는데 실감하지 못하다가 이제 진짜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이라고 한다. 온실가스 효과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서민으로서는 온난화가 과연 재앙이라고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온난화로 난방비가 적게 들어가면 오히려 좋다. 겨울에 돈이 없어 난방을 하지 못하면 다른 계절에는 돈 없는 것보다 훨씬 비참하다. 불우한 처지를 다른 표현이 아닌 “춥고 배고프다”는 말을 한다. 더울 때보다 추울 때가 더 서럽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오는 기후변화는 우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덜 추운 날씨로 난방비는 적게 들었지만 다른 쪽으로는 해로운 병해충이 얼어 죽지 않았거나 모기 유충이 살아남는 등 부작용도 있다. 요즘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생하는데 온난화와 관련이 없는지 모르겠다.

얼마전 기후변화와 관련된 책을 한권 읽었는데 중세온난화란 말이 있었다. 유럽의 중세시대인 950년 ~ 1350년 동안에 온난한 날씨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소빙하기도 왔다가 지금까지 조금씩 따뜻해져 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보니 우리가 실감하는 요즘 현상이 지구온난화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 같기도 하다. 물론 1 ~ 2년의 짧은 시간에 극심한 변화를 볼 수 없겠지만 서서히 오는 변화는 언젠가는 우리가 확인할 정도로 가시적이 될 것이다.

어느덧 2월 중순이다. 올해 겨울은 다 지나간 듯하다. 이후에 혹 추위가 한두번 더 오더라도 한겨울 추위는 아니고 꽃샘추위 수준이 될 것이다. 어쨌든 최근 몇 년에 비해 이번 겨울은 그럭저럭 잘 보낸 것 같기는 한데 마냥 기뻐해도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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