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내 산업의 취약한 기반이 여실히 드러났다.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부품을 못 구해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고 자동차 부품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차와 쌍용차가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르노삼성차 공장은 11일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전·후방 경제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부진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주력 산업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화학·조선기자재·기계 업종도 수출 차질, 납기 지연 등 손실이 커지고 있다. 철강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등 주요국 수요 둔화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대표기업인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1%, 30.2%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모든 게 중국 상황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값싼 인건비와 원자재비로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의 위상을 볼 때 어쩔 수 없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주요 산업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전통 제조업에 의지해온 산업구조와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 편중 탓이다. 국내 기업은 2017년 사드 보복을 겪고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는커녕 계속 높여 왔다. 지난해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액 중 중국산 제품이 30%에 달하는 등 중국 쏠림은 지나친 감이 있다. 국내외 주요 전망 기관들 사이에선 신종코로나 여파로 1분기 중국이 ‘제로(0%) 성장’으로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판이다. 한 해외 경제예측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5%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도한 중국 시장 의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이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과 2010년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 영토분쟁, 미국 기업들은 2018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된 이후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이에 신종코로나로 인한 부품 차질에도 별 영향이 없다. 늦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은 올해 업종별 공급망을 파악해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이어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코로나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면서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외교·안보 문제에도 경제적 영향력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다. 사드 사태가 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만 발끈할 게 아니라 과도한 중국 시장 의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업을 포함한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근 일본의 경제규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갔듯이 신종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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