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시민의 심리적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음치유 콘서트 준비
신체적 외상(外傷)과 정신적 외상(外傷)이 유사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트라우마를 잘 나타내는 우리 속담이다.
트라우마(trauma)의 사전적 의미는 다친 곳. 신체적인 외상을 말한다. 확대 개념으로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포항지역에서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5.4규모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4.6 규모 여진으로 포항시민은 많은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 등으로 고통 받았다.
재난은 발생 당시에도 인명이나 재산 피해 등을 야기하지만, 재난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당사자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긴 후유증을 남긴다. 대표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들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은 후 나타나는 장애로, 재난 등을 겪은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포항 지진 이후 작은 진동에도 놀라거나 화재 피해를 입은 후 붉은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계속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PTSD 등 정신질환에 대해 개인의 나약함에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PTSD는 엄연한 질환인 만큼 그 원인을 환자 개인에 돌려서는 안 된다"며 "PTSD와 같은 정신질환은 방치할 경우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들에 대한 관심 및 치료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11월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포항 시민의 80%는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고 42%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있다고 응답했다. 아직까지 포항시민의 정신적 외상은 현재진행형이며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 심리지원 체계구축을 위해 포항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정신건강관리가 필요함에 따라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의 설립이 추진됐다.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을 만나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와 트라우마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센터 소개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는 포항지역에서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인 북구 흥해읍에 위차하고 있으며 부곡국립병원장을 역임한 정신과 전문의 이영렬 센터장 등 8명의 정신건강 요원들이 심리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는 포항시민이시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를 이달 중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홈페이지는 시민이 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 올해 주요사업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복합적 치유공간으로 센터 내부프로그램과 외부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우선 내부 프로그램으로는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해 있어 전문의 상담을 원하면 예약해서 상담을 받으실 수 있고 비의학적 치료로 신체기반 프로그램인 요가, 명상, 태극권을 진행하고 있고 월간치유강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지진트라우마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부 프로그램으로는 재난취약계층에게 찾아가는 재난심리교육, 휴캠프, 1일명상 등 지진피해자 조사연구와 분석을 통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올해 주요사업으로는 심리적 응급상황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체험형 가족캠프와 지진트라우마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의 심리적 불안을 완화시키고 트라우마 치유와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음치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센터시설
현재 센터는 일반상가 2, 3층을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2층은 초기상담과 이용상담을 할 수 있는 안내데스크와 상담실, 음파 반신욕기와 음향진동 테라피기로 심신안정 유도와 이완에 도움을 주는 심신안정실과 스트레스 측정기 등 치유 장비들이 있습니다.
센터 3층은 보다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전문의 상담 및 지속상담을 할 수 있는 심층상담실, 심리지원교육 및 시민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교육실이 있고, 치료적인 장비로 자율적인 생리적 반응을 통제하는 능력을 얻기 위한 훈련장비인 바이오피드백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해 뇌상태 시각화를 통해 분석할 수 있는 뇌파검진 시스템, 미세한 전류를 통해 뇌 기능을 조정해 심리안정을 유도해 수면이나 불안해소를 돕는 경두개직류자극 시스템 등의 장비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센터에 보유한 다양한 장비를 통해 심리안정이나 스트레스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전문가들에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트라우마'가 대체 뭡니까?
트라우마의 사전적 의미는 외상(外傷)이란 뜻입니다. 즉 외부 충격으로 인해 생체조직이 손상되어 피가 나고 살이 벌어져 심하면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상태를 ‘트라우마(Trauma)’라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외과적 용어를 정신적 상처, 좀 큰 정신적 상처를 지칭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누가 처음 썼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일단 이 용어를 쓰고 보니 이 용어가 신체적 상처와 정신적 상처의 유사점을 설명하기에 딱 좋다는 걸 알게 되어 점점 퍼져나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트라우마란 용어가 신체적 외상보다 오히려 정신적 외상을 묘사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 신체적 외상(外傷)과 정신적 외상(外傷)이 유사한가요?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손상과 회복의 과정이 유사하고,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신체적 상처가 잘못 아물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큰 흉터를 남기는 것처럼 정신적 상처 역시 잘못 아물면 평생의 한(恨)을 남깁니다.
그래서 신체적 상처를 치료할 때 우리가 하는 일들, 정기적으로 상처를 소독하고 거즈를 갈아붙이고 새 살이 빨리 나오도록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등의 외과적 처치 같은 것이 정신적 상처의 치유과정에도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인식 변화로 인해 등장한 것이 ‘트라우마 심리치유’라는 분야이고 이것을 국가적으로 공식화한 것이 ‘재난피해자 심리지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사망 502명, 부상 937명)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망 193명, 부상151명)가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트라우마’니 ‘PTSD’니 하는 용어 자체를 거의 들어볼 수 없었습니다.
△ 정신적 외상의 치료과정은 어떤 것입니까?
먼저 상처가 나는 과정부터 말씀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좀 무서운 예 같지만, 만일 지금 내게 칼이 한 자루 있어 이것으로 어떤 유해한 대상(북한에서 넘어 온 멧돼지?)에게 결정적 상처를 입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디를 어떻게 찔러야 치명상이 될까요? 우선 약한 살을 노려야겠죠. 어금니나 발굽을 찌르면 칼이 아예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한 살 아래 중요한 장기나 큰 혈관이 있는 부위라면 더 치명적일 겁니다.
우리가 정신적 외상을 입는 과정도 이와 똑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개인적 약점들이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취약한 건강, 개인적 콤플렉스… 등등 아마 고민 한 두 가지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 개인적 취약점과 관련된 재난이 닥친다면? 트라우마가 더 크겠죠. 그러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늘 쪼들려 왔는데, 지진으로 가게가 피해를 입어 한 달 동안 장사를 쉬게 되었다면 그 사장님에게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피해 액수 산정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경우가 훨씬 충격이 큽니다.
오랫동안 앓던 가족이 병원에서 사망한 것과 아침에 멀쩡히 나간 가족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죠. 즉 트라우마 정도는 충격의 종류나 강도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당한 사람이 그때 어떤 상태였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 충격을 받았는지 그 전후사정과 맥락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지진이, 이 화재가, 이 태풍이, 이 사고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가 바로 그 분의 정신적 외상정도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몸에 상처를 입어 외과에 가면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 가를 보기 위해 진찰을 하고 검사를 하듯 재난심리전문가들은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 먼저 그 사람의 사정을 묻습니다. 그 분이 어떤 분이고, 어떻게 살아왔고, 무얼 두려워했고, 무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면 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와 조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기억에 남는 상담사례
매일 90명 이상의 시민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용하는 분들이 개소 직후에는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센터를 찾아오셨고, 지금은 센터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사례는 체육관에 거주하고 있는 한 이용자는 지속적인 트라우마센터 이용을 통해 희망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 분입니다. 지진 이후 삶이 완전히 무너진 것 같은 절망감과 우울에 빠져 힘들었는데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담과, 숙면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치료장비 이용 등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많이 여신 상태까지 회복이 된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주요 경력
-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 중앙대학교 부속병원 인턴/레지던트 수료(1991년)
- 정신과 전문의 취득(1991년)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경영 고위과정 수료(2008)
- 국립공주병원 병원장(2008년)
- 국립서울병원 의료부장 및 공공정신보건사업단장(2013년)
- 국립부곡병원 병원장(2014년)
-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2014년, 겸직)
- 경상남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2014년, 겸직)
-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고 심리지원 활동
- 2016년 9월 경주지진 심리지원 활동
- 2017년 대통령 표창 수상(공공정신보건사업수행 공로)
- 2017년 11월 포항지진 심리지원 활동
- 2019년 10월~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센터장
권수진 기자
5369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