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회의원이 보수통합을 위해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유 의원은 불출마를 하면서 공천권과 지분, 당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의 불출마는 보수통합을 위한 자기희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정종섭 의원에 이어 두 번째인 그의 불출마 선언은 타 의원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김무성 전 대표는 호남이든 어디든 당이 요구하는 대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김태호 등 당 중진들은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거부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영남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한선교 의원 등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놓고, 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새출발을 한다고 한다. 이들의 행태는 유승민 의원 등 중진 정치인들의 자기희생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의 행태도 논란거리다. 공관위의 컷오프(공천배제) 발표를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한 정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공천신청을 완료했다. 공천신청 결과 김상훈 의원(대구 서),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 등 3곳만 단수공천 심사대상에 올랐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후보간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현역 의원 중 상당수가 예비후보 등록은 하지 않고 공천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TK 의원 중 총선 예비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한 의원은 김상훈(대구서), 정태옥(대구 북갑), 주호영(대구 수성을), 강효상(대구 달서병), 김석기(경주), 이만희(영천 청도) 등 고작 6명에 불과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공관위는 공천접수 이후 지난 주 현역의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마무리하고 혁신공천을 위한 컷오프 규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의 공천탈락 여부에 따라 당내 분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현역 50% 이상 물갈이’를 공언한 바 있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역시 텃밭인 TK 지역의 50%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껏 한국당 지도부는 선거가 목전에 오면 당선 가능성을 앞세워 국민이 열망하는 정치 변화를 외면해 왔다. 이번에도 한국당이 대폭 물갈이 공천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로선 공수표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분당 사태,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각성은커녕 친박·비박으로 분열했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져나오는데도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호기에 민심을 끌어안지 못하고 비난만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의 무능 때문이다. 지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는 TK 한국당 의원들은 이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특히 3선 의원들은 12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엇을 했는지 반성과 성찰로 용단을 내려야 한다. 자기희생 없는 정치인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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