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망을 벗어난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생, 대구경북에 비상이 걸렸다. 이 환자는 최근 한 달 사이 해외를 방문한 이력이 없고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환자는 지역 중형병원, 교회, 호텔 등을 거쳐 가고 대중교통도 이용한 것으로 조사돼 '슈퍼전파자'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없었던 영남권에서 첫 환자가 나오면서 지역 주민들은 확진자 동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확인된 29번, 30번 환자도 누구에 의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여서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일부 전문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감염경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이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이 기존 분석보다 훨씬 강하거나 실제로는 감염됐는데 확진 받지 않은 '방역 체계 밖의 환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누가 감염됐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지역사회 감염은 한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되면 방역 방식을 예방 위주에서 조기 발견과 치료 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방역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곧 중국인 유학생 등이 대규모로 국내에 입국한다. 여기에다 지정학적으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크루즈선 승객 355명을 포함해 414명이 발생하는 등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진원지인 중국은 물론 일본과도 국경이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적,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이 때문에 전염병 위기 경보의 수준을 현재의 '경계'에서 최고등급인 '심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들께 거듭 당부한다. 과도한 공포와 불안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며 "결국 경제를 살리는 힘도 국민에게 있다. 정부를 믿고 위생수칙을 지키며 정상적 경제활동과 일상생활로 복귀해주시면 경제회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도 문제지만 국민건강이 우선이다.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경제도 살아난다.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모호한 사례가 산발적 발생의 수준을 넘어 속출하는 국면에 진입하면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금 방역의 고삐를 단단히 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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