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 시인

아버지에게서 가끔은 향기가 났다
굵은 황토 벽돌쟁이 아부지
앞으로 남은 여생만큼
지게 가득 짊어질 늙은 소나무 향기가

동구밖에 어김없이 섯는 팽나무는 바라만 봐도 좋았다
등줄기 고랑에서 한줄기 바람은
아궁이 짚불 냄새와
뒤 섞인 엄마 내음을 풍기며
가지를 흔든다

동백은 떨어져도 잎새는 두텁게 푸르구나
꽃 떨구던 순간부터 비로소 동백이어라
봄 왔어도 여름이요 가을 지나도 여전하지
내 마누라
손가락 굵어지고 휘어졌건만
첫날밤 속적삼 여미던 그 마음만큼은 동백이라네

하룻밤 자고 나니 한 뼘씩 자라고
봄 안개 맺힌 이슬도 아까울세라 받아먹더니
어느새 하늘에 닿았구나
성급히 자란 탓에 속 비우고
옆도 둘러볼 수 없었던가 가지 없어라
속 비운 곧은 성정은 장부의 기계요
선비의 절개로다 누구의 부모라도 원치 않으리오
이제는 큰바람 불어도 꺾이지 않을 모양이니 한 숨 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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