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생필품 등 인터넷 주문 이용, 주일 종교활동도 대부분 취소 등 최대한 밖에 안나가...진료 예약도 취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경북지역은 곳곳에서 길거리가 텅텅 비는 적막한 모습을 보였다.

23일 평소 주말 점심 무렵 장을 보러 온 외지 손님과 시민으로 북적였던 포항 죽도시장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장 안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지만 손님이 없으니 덩그러니 놓인 상태.

특히, 제철 맞은 대게나 문어를 파는 상인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 상인은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는 것도 드물다. 문을 닫아야 하나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항의 죽도성당을 비롯해 종교시설도 상당수 문을 닫아 교회, 성당, 절을 찾던 주민들은 이날 휴일 예배 등을 집 안에서 가족끼리 따로 했다.

포항동부교회는 이날 일체의 예배를 최소하고 각자의 집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진행했으며, 포항 기쁨의교회는 이날 2부(9시20분)와 3부(11시40분)예배만 진행했다.

성당을 다니고 있는 50대 주민은 “5일까지 모든 미사와 사목회의를 비롯한 단체회합 등 성당 내에서 모임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닌다는 70대 주민은 “코로나19때문에 주일예배에 불참할 계획이었는데 교회서도 가급적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문자가 왔었다”며 “주일예배를 제외하고 새벽기도 등 다른 예배는 아예 취소됐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아이와 함께 문구센터를 방문한 학부모는 마스크를 답답해 계속 벗으려는 아이를 달래가며 마스크를 다시 고쳐주는 모습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답답해하는 아이 때문에 뭐라도 살까 싶어 불안하지만 잠시 나왔다. 아이가 마스크를 답답해하는데 그래도 써야하지 않겠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중학생 자녀가 있는 40대 학부모는 아이의 과외를 취소시켰다. “확진자 중에 선생님도 나오고 그러니 과외는 물론 학원도 불안하다”며 “학원도 당분간 안 보내려고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구 포항역 공터를 비롯해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도 빈 의자만이 놓여있었다. 인근 가게주인은 “며칠 전만 해도 볕 쬐러 나오는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사람이 없다”고 했다.

확진자가 다수 나온 청도에는 마스크를 쓴 주민의 모습이 이따금 보일 뿐 주민 대부분은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였다.

풍각면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죽은 사람도 있다니 그저 불안할 뿐”이라며 “타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당분간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70대 주민은 “자식들에게서 매일같이 전화가 와 집 밖을 나가지 말라고 했다”며 “농사일은 해도 되는 것 같은데 괜히 밭 매는 일도 손을 놓게 된다”고 말했다.

평소 주민들이 많이 오갔던 군청 주변에서는 식당, 다방을 비롯한 상가 곳곳이 며칠째 문을 닫아 스산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소식 후 구미 역시 시내는 물론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던 금오산 입구 등에는 사람들 발길이 크게 줄었다.

한 식당주인은 “가뜩이나 불황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한 명 쓰던 사람도 내보내려고 생각중이지만 당장 내보낼 수도 없어 걱정”이라며“앞으로 가족끼리 한다 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구미의 한 영화관은 관객이 없어 직원들은 내부를 소독하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영화관 관계자는 “대부분의 상영관에 예매 손님이 없는 상태고 그나마 있던 예매도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 일대 시가지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 휴일 낮에도 시가지를 오가는 차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었고 시내버스도 텅 빈 채로 다녔다.

한 학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겁난다. 버스를 타더라도 최대한 다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앉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은 “아직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 중인데 출퇴근 등 사람이 많을 시간 대에는 일부러 차를 보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내 식당가는 식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텅텅 비어 식당 주인들은 출입문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점심, 저녁 때 손님이 많았다는 한 식당 주인은 “아침 일찍부터 예약 취소 전화가 오는가 하면 점심, 저녁 장사 때 오는 손님도 없다”며 “손님도 없는데 오늘도 일찍 문을 닫을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경주의 한 50대 시민은 주말에 지인 결혼식이 있었지만 불참했다. 그는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하객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 가지 않았다. 축의금은 나중에 따로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식장 관계자는 “건물 내부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식당 출입 시 발열체크를 하는 등 예방에 힘쓰고 있지만 예식마다 하객들이 많이 줄었고 참석한 하객도 식사 대신 답례품을 가져가 음식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경주의 한 예비부부는 결혼 준비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 이들은 “결혼 준비를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시 미루기로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영주의 한 아파트. 외출을 자제하는 주민들로 인해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집하장에는 택배 및 배달음식 박스와 음식물 쓰레기가 넘쳤다.

한 20대 직장인은 "이젠 집 밖으로 나가면 만지게 될 엘리베이터 버튼, 문손잡이 등 모든 것이 찜찜하다"며 "인터넷 장보기를 했는데 코로나19 여파인지 배송이 늦어져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유치원,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시민은 “아이가 있는 만큼 더욱 불안해 바깥에서 먹지 않고 배달이나 포장해 집에서 먹고 있다”고 전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은 당장 다가오는 병원 예약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다.

고혈압, 당뇨 등 때문에 당장 다음 달에 안동의 병원에 예약이 있는 부모님이 걱정이라는 한 50대 시민은 “큰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는 부모님의 예약이 당장 코앞인데 병원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전했다. 권수진·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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