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갑자기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여 지금까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모임들이 취소되고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한다. 지난 주말 대구시내는 인파가 없이 텅텅 빈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사람들은 SNS를 통해 대화를 한다. 요즘 SNS가 있어 직접 대면이 없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주말 일정이 틀어져 버렸다.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지니 어쩔 수 없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집안일도 하고 다른 일도 이것저것 하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다. 대부분 시간을 뉴스를 확인하고 SNS를 통해 추이를 살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SNS에 이상한 이야기들이 떠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소문들이다. 사실로 밝혀질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헛소문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유언비어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그냥 한귀로 듣고 흘러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한 내용이다. 무엇보다도 당장 주위로 다가온 위험 때문에 폭발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아는 내용을 나 혼자서만 모르면 왕따가 된다.

어쨌거나 현재는 비상상황이다. 관계 당국은 거의 전쟁에 준하여 대처하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정보수집 활동이 강화된다. 정보가 중요하다. 전염병 대처 성과는 정보수집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은 전쟁에서 위태로움을 좌우한다.(知彼知己 百戰不殆)

군사전문가들에 의하면 전시에는 평상시보다 떠도는 정보가 급증한다고 한다. 특히 엉터리 정보가 많아진다. 적을 기만하기 위해 생산하는 위장 정보도 있고 부화뇌동하여 만들어지는 유언비어도 있다. 그러나 진짜정보와 엉터리정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상황이 급변하고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보화시대가 되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과거에는 정보의 수용자로만 있던 개인들이 SNS로 정보를 직접 생산하여 배포하게 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통제받지 않는 정보들이 범람하게 된다. 이들중 많은 정보가 가짜뉴스다. 가짜뉴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완전히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부터 거의 진실에 가깝지만 가장 중요한 2%만 부족거나 왜곡된 스토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있다. 그리고 완전히 허무맹랑한 뉴스가 아니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전쟁터라면 이런 정보에 심리적으로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이라는 소설에 대하여 공부하였다. 유럽을 휩쓴 흑사병을 피해 별장으로 피신온 10명의 남녀가 각자 매일 한가지씩의 이야기를 하여 100개의 스토리를 정리한 것이다. 그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한다. 사회상을 리얼하게 묘사하여 르네상스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때의 데카메론이나 지금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들이나 모두 전염병 때문에 활동이 제약당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다. 육체적 활동이 어려우면 머리와 입만 활발하게 운동을 한다. 당연히 이 내용들이 100%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숨겨진 진실을 약간 엿볼 수 있다. 다른 제약을 비교적 덜 받는 상황에서는 가감없이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경쟁력이 있는 엉터리 정보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런 아이템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이 제자들에게 상상력이 가장 크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이론은 실험을 통해 검증된 이론이 아니다. 순전히 상상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엉터리 정보는 소문으로 퍼진다. 소문들은 흥미가 있다. 재미가 있으니 전파력도 있다. 바이러스만큼이나 강하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소문은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무조건 무시할 수도 없다. 일부는 창의력도 있다. 그렇지만 창의력은 100% 상상력으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근거도 필요하다. 지금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전에 상상만으로는 만들 수 없었던 현상들이 소재로 공급되다보니 결과적으로 허구인 픽션이지만 현실성이 있다. 여기에 창작력을 보태면 데카메론처럼 문학의 차원으로 승화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행히 요즘은 나중에 진위가 밝혀지긴 한다. 나름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 타이밍을 놓치면 진위가 밝혀져도 큰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가짜뉴스 소동을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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