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정부는 개인위생 수칙의 하나로 마스크 착용을 최우선 권장했다. 마스크는 손씻기와 함께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그러나 확진자가 늘고 시민불안이 높아지면서 마스크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매점매석 조짐까지 보이고 약국·마트 등에서 구입 행렬이 이어지자 정부가 수출제한 조치 등 시장개입에 나섰다. 그래도 효과는 없었다. 마스크 가격이 3~4배로 뛰었고, 품귀현상은 여전했다. 급기야 정부가 27일부터 우체국, 농협하나로마트, 약국, 공영홈쇼핑 등을 통해 국내 1일 생산량의 절반인 500만장을 ‘공적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반색했지만 허탕이었다. 몇 시간 씩 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 정부가 생산·배송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한 탁상행정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약속드린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부의 ‘공적 판매’가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들이 제때에 구입하지 못했다며 용서를 구했다. 전날에는 홍남기 부총리가 “수급 불안이 여전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도 여야 대표 회담에서 사과를 했다. 정부 고위 관료와 대통령이 줄줄이 고개 떨구게 된 것은 ‘마스크’ 때문이었다.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1000여만장이다. 시장의 합리적인 배분이 이뤄진다면 전체 수요에 부족하지 않다. 실제 필요로 하는 수요층과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해져 마스크 부족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감염자나 감염 의심자, 환자 가족, 의료진에게만 의료용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는 코로나19 비상시국에 의약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다.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마스크 부족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스크 생산·유통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이 나서서 마스크를 언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