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심 대구대학교 교수

금곡산 골짜기 찬바람을 따라 들어서면 산비탈 척박한 땅 위로 꼬물꼬물 피어나는 작은 풀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얀 꽃잎(?) 어여쁜 변산바람꽃이지요. 한반도에서만 자생하고 진화해 온 한국특산식물의 특별함이라도 보여주려던 듯 돌부리 가득한 땅위로 단아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납니다.

이른 봄에 개화하는 꽃은 서둘러 중매쟁이를 유혹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납니다. 변산바람꽃도 예외는 아니지요. 이웃의 꽃가루와 만나야 하는 그들의 마음은 급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남들보다 빨리 중매쟁이들을 유인할 수 있을까요?

먼 옛날부터 그들의 변신은 시작된 듯합니다. 중매쟁이를 유인하기 위한 특별한 전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세대를 거듭하면서 실행되었지요. 그들의 꽃잎은 황록색 항아리 모양으로 점점 작아져 마침내 꽃술 옆으로 자리도 옮겨 버렸답니다. 어떻게 이런 진화가 가능했던 것인지... 꽃술을 보호하는 역할은 꽃받침에게 내어주고 중매쟁이를 유인하는 역할을 맡은 꽃잎.

숲 속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나거든 꽃술 옆 작은 항아리 꽃잎에게 물어보세요.
“네가 정말 꽃잎이니?”

그렇게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꽃받침 안으로 꽃술과 항아리 꽃잎 품고 변산바람꽃 피어나지요. 꽃잎의 진화가 아름다운 꽃. 그녀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변산바람꽃 만나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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