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의 2020학년도 1학기 개학이 연기되었다. 처음에는 3월 9일로 연기했다가 상황이 조기에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3월 23일까지로 재차 연기되었다. 지금 추이로 보니 23일에도 과연 개학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되면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작된 봄방학이 계속되는 셈이다. 늦은 개학으로 줄어든 수업일수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학 기간을 조정해야 하는데 무작정 줄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정상적인 교육 일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신입생은 입학식과 함께 학교의 분위기 파악을 해야 하고 재학생은 개강과 함께 신학기 설계를 해야 하는데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방학은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에게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는 장기간의 휴가로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날씨가 덥거나 추워서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계절에 한다. 재충전하는 시간도 된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을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는 기회로 삼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요즘 많은 학생들이 방학동안 학원에 다니면서 예습과 복습을 한다. 오히려 학기중보다 방학 때 더 중노동을 하는 학생도 있다. 냉난방이 잘되어 있어 더위나 추위가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봄방학은 위와 같은 방학 고유의 목적보다는 학년이 바뀌기 전에 판을 새로 짜야 하는 학교당국의 필요 때문이라는 성격이 짙다. 이때 교원 인사이동이나 학급편성, 교과목 선정 같은 학교행정이 진행된다. 학교의 회계연도는 봄방학이 끝난 3월부터 시작한다. 학생들도 상급학교 진학이나 고학년으로 진급하는 신분 변화를 겪게 된다.

봄방학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봄에 하는 것은 아니다. 2월 말을 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4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방학을 3월에 한다고 한다. 이때는 봄방학이라고 해도 된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봄방학이란 이름이 나온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봄에 하는 방학이 될 판이다. 비록 코로나 19 사태로 봄 기분을 마음껏 낼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春來不似春) 계절은 엄연한 봄이다. 이기간 동안 한두 번의 꽃샘추위는 있을 수는 있으나 학교에 가기 힘들 정도의 엄동설한의 강추위는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봄방학이 길어졌다. 내가 학생인 시절에는 2월 20일이 넘어서야 봄방학을 했는데 요즘은 2월 중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확실히 길어진 것 같다. 그래서 겨울방학 보다 오히려 날씨의 부담이 적은 봄방학에 해외여행을 가는 학생도 많은 것 같다. 개학이 몇 주 연기되니 오히려 봄방학이 겨울방학보다 더 길어질 판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만 않다. 처음부터 긴 시간이 아니고 도중에 늘어난 시간이라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 채 보내야 한다. 다른 일을 준비하지 못했다. 거부할 수도 없이 강제로 주어지는 시간인데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한국인을 거부하는 나라가 많아 해외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신학기를 준비하는 리듬이 깨어져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럴 때 공부하는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학이 결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었다. 지난 겨울동안 움츠러든 심신을 다시 펼치며 한 해를 준비하여야 한다.

산천을 돌아다니며 봄기운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럴 때 펼쳐지는 축제와 같은 이벤트는 많은 경제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현실은 야외로 놀러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이 걱정될 수 밖에 없다.

봄에는 다른 할 일도 많다. 계절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중요한 농사에서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고 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여름과 같은 본격적인 행락 철이 되기 전에 많은 일을 해두어야 한다.

그런데 일할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겪는 비극 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 될 것이다. 사람이 모일 수 없다 보니 산업 기반이 붕괴된다면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가 없게 되는 사람이 나온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이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올해의 봄은 모두에게 가혹한 봄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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