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자 문재인 정부의 자화자찬이 가관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세계가 인정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전면 입국 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있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들며 “현재의 추세를 계속 이어나가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장관은 물론 외교부 장관과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마치 코로나19 사태가 종식이나 된 듯이 ‘대응을 잘했다’, ‘우리나라가 모법 사례다’ 등 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국민이 연일 목숨을 잃고, 지금도 사경을 헤매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수두룩한데 정부당국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확진을 받고도 제대로된 치료시설에 입소를 못해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있는 국민들 앞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12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7천869명이나 된다.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114명 증가했다. 이 중 81명은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대구 73명, 경북 8명이다. 사망자는 총 67명이다. 1만7천727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여서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이러한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현실인식에 기가 찰 노릇이다.

서울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콜센터 확진자가 지난 8일 처음 발생해 12일 기준 100명이 넘었다. 이들로 인해 2차, 3차 감염이 우려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 코로나19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은 “수도권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이제 발생해서가 아니라, 이제야 발견한 것”이라며 “아직도 발견 못 한 확진자들이 도처에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1일 팬데믹을 선언하며 “단순 공중보건 차원의 위기가 아니다. 전방위적으로 모두 나서 싸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확진자가 1만 명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전 국민이 줄을 서고, 마스크 배급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 사태를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중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자 “각국의 방역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자평하는 것과 대한민국 위정자들의 자찬이 뭐가 다른가. 국민들을 배려하는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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