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대표적인 민요다. ‘아리랑’은 한국 민족의 상징적인 존재다. ‘아리랑’은 아득한 옛날부터 한국 민족의 사랑을 받으며 널리 불려 진 노래다.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남북이 분단되어 하나의 국가(國歌)를 부르기 어려울 때는 ‘아리랑’을 국가처럼 합창하여 한 민족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특히 외국에 나가면 조국의 향수에 사무쳐서 아리랑 노래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하면서 눈물까지 난다. 그래서 아리랑은 분명 흰색이다. 아리랑 길은 은근과 끈기이며 희생과 사랑의 길이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의 비애와 항일 정신을 그린 ‘아리랑’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최초의 영화 ‘아리랑’은 영화 속에 항일민족정신을 높이고, 그것을 전통 민요인 ‘아리랑’과 연결, 승화시킨 점이었다. 이로써 이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가였던 민요 ‘아리랑’은 어둡고 암담한 시대를 사는 온 겨레의 애국가요, 겨레의 가슴마다 민족혼을 불어넣는 노래로 전하여지게 되었다.

당시, 영화 ‘아리랑’은 개봉이 되자 전국의 극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 영화의 영향으로 민초들에게 애국정신을 심어주었고, 한국영화 제작이 활발해지는 기초가 되었다. 아리랑은 숭늉처럼 구수하다. 그래서 아리랑을 들으면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아리랑의 기본 장단은 8장단의 세마치이나 지방에 따라 가사와 곡조가 약간씩 다르다. 그리고 지방마다 특색 있는 아리랑에 대한 민요가 있다. 한국의 3대 아리랑으로는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이 있고, 그 외에도 ‘영암아리랑’ ‘춘천아리랑’ ‘본조아리랑’ ‘광복군아리랑’ ‘치르치크 아리랑’ 등이 있다.

아리랑의 노래는 본래 개인을 넘어 함께 노동하는 노동에 대한 간절함을 노래로 승화 시킨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후에는 직업공동체, 사회공동체, 문화공동체 등 독자성이 강한 노래를 넘어서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적 동질성을 지탱하는 노래로 널리 부르게 되었다.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 니러 울어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이 노래는 오랜시절 고려적 노래 청산별곡(靑山別曲)의 한 구절이다. 우리민족은 예부터 가난과 배고픔, 잦은 외부의 침략으로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눈물과 울음으로 보냈다. 슬퍼서 울고, 배고파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서러워서 울었다. 심지어는 즐거운 일이 있으면 동네 사람을 불러 놓고 떡을 대접하면서 즐겁다고 해서 울었다. 울음과 눈물을 빼놓고서는 조국을 논할 수가 없었다.

외국 사람들은 새들이 우는 것을 노래한다고 표현하지만 우리 민족은 그것을 운다고 표현한다. 새소리를 서구인들은 노래 소리로 들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슬픈 울음으로 들었던 까닭이다.

조선시대 나라를 구했던 영웅 이순신도 그의 난중일기에 “울고 또 울고 그저 어서 죽기만을 기다린다” 고 눈물을 뿌렸다.

원호가 벼슬을 버리고 귀양 간 단종을 따라 영월에 가서 지은 시조 가운데 ‘간밤에 울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내여다’ 라는 시가 있다. 원호는 시냇물의 흐르는 소리를 통곡의 소리로 들었던 것이다.

신라 효소왕 때, 득오가 지은 노래로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향가의 ‘모죽지랑가’ 에도 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며 모든 것이 울며 서러워하며 울었다고 노래한다.

우리 선조들의 여인들은 목화씨를 빼는 틀을 돌리면서 그리고 밤새 초옥에 적막이 흐르는 어둠이 내려앉고 희미한 불빛 사이로 울리는 다듬잇 소리는 분명 슬픈 소리였다. 저 여인들의 가슴에는 얼마나 많은 한이 맺혀 있고 눈물이 맺혀 있었던가? 그러나 우리 여인들은 고단한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울고 먹는 씨아’ 라는 말도 사실은 울면서도 해야 할 일은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운명으로 여겼던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속담이다.

코로나 19 전염병으로 인하여 온 국민이 슬픔 속에 갇혀있다. 특히 우리와 가까운 대구경북지역이 큰 아픔에 잠겨있다. 해법은 있다. 우리 민족은 어려운 고난을 만날 때마다 아리랑을 불렀다. 일제를 타도하기 위해 싸우던 독립군인 광복군들도 ‘광복군 아리랑’을 불렀다. 슬픈 역사인 6,25때도 아리랑을 불렀다. 군사 독재정권의 총칼 앞에서도 민주화 세력들은 아리랑을 불렀다. 그러므로 ‘아리랑’은 대한민국이 위기와 고난을 만날 때 함께 힘든 그 고갯길을 넘어가면서 불렀던 노래다. 그래서 아리랑은 기다림이고 그리움이고 희망이고 사랑이다. 우리 국민들이 지금 넘어야 할 ‘코로나’라는 고갯길도 함께 아리랑을 부르면서 넘어가야 한다. 우리시대 특히 한국인에게 가장 곱고 가슴 사무치게 그리운 노래는 ‘아리랑’ 이다.

민족의 애환이 담긴 ‘아리랑’을 부르면서 지금의 힘든 고갯길을 함께 걸어가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 고개로 우리 민족을 넘겨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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