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코로나19 행동수칙으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보통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사회적 거리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회적 거리라는 말을 소비자 상담 공부를 하면서 처음 들었다. 에드워드 홀이라는 사람이 인간관계의 거리를 4개의 범주로 나누었는데 가족, 연인간 친밀한 거리(45cm이내), 가까운 사람간의 개인적 거리(46cm~2m), 업무상의 사회적 거리(2~6m), 연설이나 무대공연에서의 대중거리(6~10m) 등이다.

사회적 거리는 직장동료나 학교, 교회에서의 일상적인 관계의 거리다. 상호간 예의를 지키는 거리로 관련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유지한다. 남녀가 만나더라도 사회적 거리를 두면 남들이 보더라도 다른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이런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는 활동에 장애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혼잡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붙어 만나면 불쾌할 수도 있다. 전염병이 옮을 수도 있고 구설수에 오르거나 무례한 처신이 될 수도 있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가까이 있어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패키지 해외여행중 남들과 같은 방에서 자면 불편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옆좌석의 사람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이 문제가 된다. 군대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도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부담이 된다. 친한 사이에도 감출 건 감춰주어야 하며 모른 척 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대인에게는 어느 정도의 익명성이 필요하다. 프라이버시는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어야 유지된다.

만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약간 떨어져 있어야 한다. 가까우면 약점이 보이고 실망하게 된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 그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

이런 거리유지는 가족들 간에도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중에 평소보다 더 자주 가족을 보게 되어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짜증이 나는 경우도 많다. 우리보다 먼저 자가격리를 겪은 중국에서 부부가 장기간 붙어 있다가 폭력이 증가하고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기사도 있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도 거리가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아야 가능하다. 너무 가까우면 시야가 좁아져 전체를 볼 수 없다. 근시안이 되면 멀리 볼 수도 없다.

거리두기는 심리치료에도 이용된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미술활동을 통하여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서 정신적 외상을 치료한다고 한다.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지는 상대적이다. 사회에서 만났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이가 될 수도 있고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한쪽에서만 결정하는 일방적 거리는 부자연스럽다. 집착이나 스토커 등은 범죄로 취급하기도 한다.

요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만남을 자제하고 떨어지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입국제한으로 국제교류도 차단되고 있다. 일을 할 때도 대면접촉을 자제하고 전화나 SNS를 통한 처리가 장려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만나다보니 어색하기도 하다.

그러나 멀어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거리를 두더라도 그보다 더 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거리감이라는 표현은 서로 마음을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대상에게 쓰는 말이다. 대면없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만남만 있으면 악플이나 왕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익명성으로 비규범적이고 반사회적인 충동이 나올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도 관심이 없어지면 더 큰 문제다. 무관심은 가장 큰 적이라는 말도 있다. 현대인이 고독한 군중이 되고 있다. 대중적 거리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는 까닭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사람사이에 스킨십이 부족하면 공감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이 때문은 아니지만 요즘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많아져서 인구소멸이 걱정되고 있다.

지금 분위기가 너무 오래가면 나중에 집단적인 대인기피증이 유행할까 두렵다. 그러면 지금까지 인류가 만남을 통해 이룩한 번영이 한꺼번에 변질될 것이다.

결론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간에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이 필요하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가까이 붙어있지는 않더라도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락은 꾸준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과 사의 구분도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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