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만든 미래한국당과 막장드라마에 비견될 정도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점찍어 영입한 인사들이 거의 다 당선 안정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비례 명부 40번 안에 통합당 영입 인사는 5명만 포함됐고 그나마 모두 20번 밖에 배치됐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임을 포기한 공천”이라고 맹비난하며 재공천을 요구했다.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공관위가 운영된 결과”라고 맞섰다. 그는 “결과를 부정하고 싶다면 날 자르고 다시 공관위를 만들라”고 반발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미래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 맞서 통합당이 ‘의원 꿔주기’를 통해 창당한 위성정당이다. 통합당 입장에서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하려는 욕심으로 만든 일회용 정당일 뿐인데, 그 정당이 주제넘게 자율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명단을 자신들의 뜻대로 작성할 거라 기대했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는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위성정당이 모정당의 영입 인사들을 비례대표 명단에서 제외했으니 분노가 치밀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그러나 법률상으로 보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엄연히 별개의 정당이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공천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이런 마당에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명단도 가관이다. 당선 안정권에 이해하기 힘든 인물을 내세우는가 하면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에 대한 배려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통합당이 대구경북지역에 했던 공천 칼질과 다를 바가 없다. 이미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을 두고 황 대표 쪽과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갈등을 빚어 김 위원장이 사퇴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싸움을 벌이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회의원 비례대표는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문제점이 많다. 지역 대표성을 보완할 전문성 있는 인사의 발탁이라는 당초 취지는 뒷전이고, 사천과 붕당이 판치는 정치놀음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이 끝나면 즉각 비례대표 폐지 등 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올바른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일이 우선이다. 특히 통합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자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보수의 분열은 한국 정치에 엄청난 후퇴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지도부의 리더십과 통솔력으로 이 소동을 하루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통합당이든, 한국당이든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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