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주민에게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한다고 19일 밝혔다. 도와 시·군이 자체 예산 1천646억원을 편성해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1인 기준 149만4천원 이하)인 33만5천가구를 지원한다. 지원 규모는 1인 가구 30만원, 2인 가구 50만원, 3인 가구 60만원, 4인 이상 가구 70만원이다. 앞서 서울시는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키로 했다. 대상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 중 정부 추가경정 예산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약 117만7천가구다. 식구에 따라 30만∼50만원씩, 3천271억원이 투입된다. 전북 전주시도 비슷한 개념의 재난기본소득을 5만명에게 1인당 52만7천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강원도는 30만명에게 1인당 4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돈을 나눠주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외출이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액수의 현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일정 기간 내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로 지급하자"고 밝혔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얼마 전 브리핑에서 모든 국민에게 재난 기본소득 100만 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하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위축된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찬성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막대한 규모의 재정 소요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의 결과처럼 진보층 56.8%가 긍정 의견을 나타냈으나 보수층 70.9%는 지급에 반대했다. 재난기본소득의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씩 준다면 51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를 정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세금은 갈수록 덜 걷히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충당한단 말인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기본소득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식어가는 경제를 살리고 생계절벽에 맞닥뜨린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비상한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사실상 이런 기본소득은 처음 나온 개념은 아니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기존에 짜놓은 국가 예산을 재편성해 재난 지원으로 돌려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피해는 특정 지역·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일부 계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이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회논리보다 경제논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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