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영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장
용돈에 조금이나마 보태고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여학생의 강제추행 피해, 너무 답답해 집을 잠시 나와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 우연히 만난 선후배간의 폭력 등 학교폭력은 여전히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성인 못지 않은 잔인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이에 더욱, 학교폭력에 관한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제대로 된 대책이란 무엇일까요? 각자마다 가진 답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듣기’라고 말씀드린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학교전담경찰관으로 학부모 교육을 가보면, “대화를 하려해도 아이와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그럴 때 자주 해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얘기를 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들어주십시오. 단, 리액션은 꼭 해주세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라는 리액션들이, 아이로 하여금 ”어? 부모님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시네?“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흥이 나, 더 얘기하게 할 것입니다”
영덕경찰서는 ‘청렴쪽지(청소년의 염원을 담은 쪽지)’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청소년의 얘기를 듣고 SNS등을 통해 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경찰로서 가해학생의 선도 및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해 일선에서 발로 뛰지만, 생각해보면 제가 하는 일 중에 가장 큰 비중은 청소년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생각을 아이에게 갖게 해주는 것이야 말로, 학교폭력예방의 가장 좋은 대책안이 아닐까요?
다가오는 봄, 우리 모두가 아이와 눈맞춤을 하며, 아~ 그렇구나! 라는 리액션과 함께 그 대화에 푹 빠져 봄이 어떨까요?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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