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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민요 속 새 이야기]흥부는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판소리 ‘흥부전’의 주인공 흥부는 농사보다는 자식농사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야생동물 구조에도 정성을 들였다. 언뜻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시대를 초월한 자연생태와의 공존을 찾을 수 있다. 흥부는 어느 날 새끼제비가 여섯 마리나 있는 제비집을 습격한 능구렁이를 발견한다.

"뜻밖에 대망이가 제비집에 들었거늘 흥부 보고 깜짝 놀래어 정세하여 쫓는구나. 무상한 저 대망아 너 먹을 것 많드구나. 청초지당처처와(靑草池塘處處蛙) 춘면불각처처조(春眠不覺處處鳥)라. 허다한 것 다 버리고 구태여 내집 와서 제비 새끼 잡아 먹뇨. 한고조 과대택의 적소검 드는 칼로 네 허리를 짜르고서 남악산에 원정하여 신병을 몰아다가 너 큰 머리를 베고지고. 자거자래 내 제비는 청렴하기 짝이없다. 강남 만리 오고 가며 만물생유 해치잖고 곡식에 제비란 말 너도 응당 알지어늘, 무슨 허물 있었기에 죄없이 살해하뇨. 너를 죽여 마땅하되 살생하기 고이하여 정세로 타이르니 급급히 나가거라.

대망이 그 말 듣고 흔적없이 도망 후에 제비새끼 여섯 마리 다섯을 잡아먹고 단 한 마리 남은 것이 대밭에 난을 피해 날기 공부 힘쓰다가 덤불 속에 발이 빠져 절각이 거의 되어 피흘리며 발발 떠니 흥보 보고 대경하여 제비를 손에 놓고 무한히 탄식한다.

허허 이게 웬말이냐. 가긍한 네 목숨이 대망이에 안죽기에 원명인가 알았드니 절각지환 웬 일이냐. 전생의 죄악이냐 일시에 횡액이냐 날짐승 삼백중에 죄 없는게 제비로다. 칡넝쿨 껍질로 두 다리를 똘똘말고 오색당사로 찬찮 감아 제비집에다 가만히 넣어둔다"

인용한<흥부전〉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자연생태환경이며, 다른 하나는 야생동물구조다. 먼저 흥부는 제비집에 들어있는 대망이 즉 능구렁이를 발견하고는 꾸짖는다. 풀 속과 연못 등 곳곳에 있는 것이 개구리며, 봄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곳곳에 많은 것이 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청렴하기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제비를 잡아먹느냐고 꾸짖어 묻는다. 여기서 능구렁이의 먹이는 개구리와 새이며, 개구리의 서식지는 청초·지당임을 알 수 있다. 청초는 풀밭이며 지당은 연못이다.

개구리의 먹이활동은 풀밭이며 산란과 휴식은 습지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곳곳에 있는 새가 능구렁이 먹이임을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흥부는 능구렁이의 습격을 피해 대밭으로 어설프게 날아가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제비 새끼를 발견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칡넝쿨 껍질과 오색당사로 감아 치료해주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제비의 생태를 관찰한 경험자만이 서술할 수 있는 정확한 내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류생태와 야생동물구조 전공자는 <흥부전〉은 생태전문가의 오랜 체험에서 서술한 고전 조류환경생태 교과서로 볼 수 있다. 흥부는 칡넝쿨 껍질과 오색당사로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동물구조원이라 말할 수 있다. 흥부는 현대적 직업군으로 분류하면 자연생태환경 보호에 필요한 야생동물구조 관리센터장이다.

제비를 현조(玄鳥)라 부른다. 검은 깃의 새라는 의미다. 우리 속담 중 '곡식에 제비'란 구절은 연관이 없는 것을 강하게 표현할 때 쓴다. 이때 곡식은 모든 농산물을 말한다. 제비는 곤충이 주식이기 때문이다. 곡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진주 강씨를'제비 강'으로도 부른다. 언뜻 들으면'카바레 제비'로 오해할 수 있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이때 제비 강의 제비는 연조(燕鳥) 혹은 현조(玄鳥)가 아니다. 중국 제(齊)나라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비롯했다. 제나라 황제의 비 즉 제비(帝妃 姜氏:임금의 부인이 된 강 씨)에서 연유한다. 연하(燕賀)라는 말은 제비가 사람이 집을 짓는 것을 축하하며 기뻐한다는 뜻이다. 지인이 집을 지은 것을 축하하는 말로 쓰인다. 제비는 선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화소(花笑), 조가(鳥歌), 접무(蝶舞) 등 표현할 때 오직 제비만큼은 연어(燕語)로 비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비가 흥부에게 보은하려 박 씨앗을 전해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知之知之 主之主之 去知年知 又之拜).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지차 함지포지 내지배(落之脚之 折之燕之 恩之德之 酬之次 含之匏之 來之拜).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가 흥부 집을 찾았다. 마당 가운데 길게 이어진 빨랫줄에 앉아 흥부를 향해 울음소리를 전했다. 선비는 제비의 울음소리를 글자로 풀이했다. '아시겠죠, 아시겠죠(知之知之), 흥부 주인님, 흥부 주인님(主之主之), 작년에 갔던 저가 올해 왔습니다(去之年之), 인사드립니다(又之拜), 떨어져 부러진 다리를(落之脚之), 이어주신(折之連之), 은덕을 갚으려 고(恩之德之,酬之次)로 박 씨를 물고 와서 인사드립니다(含之匏之,來之拜)"

제비는 생존전략으로 사람의 생활공간으로 날아들었다. 생활공간에서도 아주 안전한 처마 밑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처마 밑의 공간은 절벽의 공간같이 뱀, 족제비 등 포식자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비는 농경지가 발달한 넓은 환경을 찾는다. 광활한 농경지는 먹이가 풍부하다. 빠르게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야 하니 제비 역시 빠르게 날아야 한다. 활공 공간이 넓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2일(일) 오전 6시 30분경 삼호철새공원 철새홍보관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제비 세 마리를 관찰했다. 올해 울산에서 첫 관찰이다. 그는 필자에게 전하는 듯 지저귀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도이다(知之者知之不知者不知是謂知之之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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