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혜 시인

정체가 풀리고 하늘길이 열렸다
가을비 지나간
빈 들에서 머뭇하던 새
앞산 어려워하지 않고 날아올랐다
산을 가로지를 기세다
남겨진 껍데기 같은 단풍나무
그 하찮은 인사는 듣지 않고
기쁜 이별에 충전된 듯 은빛 날개 달린다
미수금 된 헛기대도 처음엔 없었던 것
왔으니 가게 되더란 말 끄덕이고 싶지 않다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면 봄이라 할까
핏발 선 날 지나고 뭉개진 희망 버리면
철새 되어 떠나는 순간 반가울까
언짢았던 기억 뒤에 두고
짓눌려있던 날개 펼쳐보자
좀처럼 열리지 않는 하늘길 달려
말문 트인 아이처럼 그곳에 도착하면
기쁘게 다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자
정체가 풀린 하늘에 점이 되어가는
철새 날아가는 곳으로 별이 진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