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심 대구대학교 교수

▲ 긴포꽃질경이 (질경이과, 양성화, 5-6월 개화, 북아메리카 원산, 귀화식물, 경북)
긴포꽃질경이 만나러 가는 날.
밤새 그들을 뒷조사하며,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는 동안 아침은 밝았습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이쁜 꽃을 추천해 주세요" 했더니, 내 무뚝뚝한 꽃벗께서 "긴포가 좋겠습니다. 잡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참 이쁜 꽃이지요"

도착하여 보니, 그가 일러준 곳은 공동묘원입니다. 망설이던 걸음 떼어보지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너희들... 죽은 망자의 집을 지키던 꽃이었던 게로구나'

걸음 떼어 놓지 못하고 100m 앞 잔디밭에서 삐비빅, 삐비빅
잔디 깎던 칼날에 베어져도 질긴 생명력 또 이렇게 작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수 백 컷도 넘는 셔터가 눌러졌고, 이후 또 수 십 번도 넘는 걸음이 그곳을 다녀갔습니다.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예쁘게 담고 싶었지요. 꽃도 사람 같아, 외모는 그저 사전평가를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 마음 담기고 나니 그들의 환경조차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었지요.

‘인간이 근친상간을 피하듯 우리도 피해 가는 사랑이 있답니다’ 한 꽃에서 피어도 꽃술 서로 시차를 두고 피어나니, 그들은 처음부터 만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지요. 엇갈린 사랑 주홍빛 상흔으로 남아도 긴포꽃질경이 다음 세대를 위해 또 아름답게 결실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꽃 긴포꽃질경이, 그들의 계절은 눈부시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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