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올해 겨울은 좀 온난했던 탓인지 봄도 빨리 오는 것 같다. 보통 3월 말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여 4월 10일경에 만발하는 것이 포항과 경주의 벚꽃개화였던 것 같은데, 요 며칠사이 벚꽃이 만발하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캠퍼스에도 25년생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봄이면 흰눈 같은 눈부신 꽃들로 캠퍼스가 수놓아지고 학생들은 사진찍기에 바쁜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아주고 즐길 이들이 없다.

우리 한국에서도 좀 줄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할 정도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확진자 증가가 크게 줄어야 학교도 문을 열수 있다. 동네의 식당이며 커피숍들이 손님이 없으니 줄도산 중이고, 공장들도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 당연히 관광산업도 문을 닫게 되고 국내외 항공노선도 승객이 없어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불황에, 포항과 경주의 경우 지진까지 겹쳐서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요즈음은 미국도 난리이다. 특히 뉴욕에 집중적인 전염병확산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미 총 확진자수가 중국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사재기도 일어남을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여부검사에 $4,000이 들고 치료비도 개인부담이라서, 보험이 있어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10~20% 혹은 그 이상인 무보험자들은 수만불 이상을 써야 치료를 받을 수 있을테니 난리들을 치는 것으로 보아진다.

가장 강국이고 가장 잘사는 나라인 미국이 이러한 것이다. 캐나다가 미국보다 더 살기 좋다는 말을 자주 들은 바 있는데, 이는 주로 의료서비스면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다. 중국이나 이란 같은 나라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전통적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이태리나 스페인의 경우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제일 발전한 나라라는 미국에 이르러는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물론 나라가 크고, 빈부격차가 심하고, 홈리스와 불법이민자들이 많고, 의료서비스 비용이 비싸기에 그런 허점이 노출되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가 중국을 삼키는데도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점, 광범위한 검사를 제공 못해 위기의 규모를 알아차리지 못한 점 등이 미국의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의사인 한 69세 미국시민은 BBC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말부터 몸이 좋지 않지만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지난 3월 17일에야 바이러스검사를 받았고 아직 결과를 듣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아파요. 나아지질 않네요. 기침하고 열도 있어요. 왼쪽 폐가 손상됐어요. 항생제를 맞고 귀가했는데 검사결과가 나오려면 3~5일 걸린다는 말을 들었어요.” 검사결과가 계속 안 나와 물었더니 열흘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고자 로스앤젤레스시 같은 경우에는 다운타운의 공공기관이나 의료관련 분야 이외의 모든 직장, 공장, 서비스직종들을 한달동안 폐쇄했고 집에 머무를 것을 명령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이 부여된다. 물론 학교도 길게 늘어난 봄방학 중이다. 한달 모두가 노력하면 이 확산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 파동으로부터 파급된 경제악화이다. 한국의 도시들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우도 중소기업과 시민들의 경제는 말이 아니게 파괴될 것이다. 집세 낼 돈도 없지만 집 주인들도 은행빚을 갚지 못하게 되어 파산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은 당연하다.

이번 미국정부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시민 일인당 $1,200씩 나누어 주겠다고 한다. 물론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이고 부채 많은 미국정부로서는 쉽지 않는 결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시민경제가 허물어짐을 방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진 등 이러한 위기가 닥치면 빠른 시간 내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 줄 수 있도록 관련 법령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진단과 치료, 출입국 관련 이슈 등에 이르기까지 큰 노력을 쏟고 있고 국내외의 칭찬을 받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진단키트가 짧은 기간에 많은 이들을 진단한다 하여 국제적인 칭찬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이제 이 전염병 확산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위해 미비했던 정책들도 발빠르게 보완이 되고, 어려운 가정과 중소사업자들을 위한 현금지원과 공장·기업들을 위한 일정 형태의 지원이 시행되어야 할 차례이다.

포항과 경주를 포함한 모든 지자체들이 애를 쓰고 있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시의 경우, 시장이 35일 이상 귀가도 못하고 시청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노력 하에 한국이 이 정도의 전염병 전파와 사망에 그치는 것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중국과 인접한 나라로서 더욱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을 것이다. 확산속도가 줄기는 했지만 아직 이 전염병은 위세 중이다. 이 와중에도 봄은 오고 벚꽃이 피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 어려움 이겨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꽃피는 계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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