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심 대구대학교 교수

▲ 민들레(국화과, 무수정생식, 꽃 속에 꽃, 3월 개화, 열매에 우산털)
봄에 피어나는 꽃 중에는 암수 서로 만나지 않고도 결실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싶지만, 꽃을 피우는 식물 중 0.1%는 이렇게 세대를 이어간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여러 세대를 거듭나도 어머니와 똑같은 개체로 다시 태어납니다.

오늘의 이야기 주인공은 이렇듯 신기한 세대 이어가기 방법을 선택한 꽃, 민들레입니다.
그들은 꽃 속에 꽃을 품고 피어납니다. 하나의 노란 꽃송이 안에 100여 개가 넘는 작은 꽃을 품고 피어납니다. 암수 서로 만나 결실하지 않는 까닭에 그들이 진 자리에 조용히 씨앗의 날개 돋아나지요. 씨앗이 익으면, 그들은 사진 속 하얀 우산털을 달고 비행을 시작합니다.

희망이란 이런 것일까요.
꽃 아래 바로 떨어져도 될 것을 굳이 바람 따라 멀리멀리 낯선 땅을 찾아 떠나는 민들레의 씨앗.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 안에서 다시 여러 개의 작은 희망을 피워올리지요. 비록,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다음 세대는 그 세대만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민들레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1976년에 이미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시작될 자신의 삶을 민들레의 영토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마치 그들의 삶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좁고 고독한 사랑을 풀꽃에 투영시키며, 자신이 머물 곳이 민들레의 영토 같을 것을 예감하였지요. 그들은 서로 많이 닮았습니다.

오늘도 산과 들 어딘가엔 곧추 선 포 안으로 노란 꽃을 가득 담은 민들레 피어났겠지요, 누군가는 그 잎과 뿌리를 뽑아 음식으로 먹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귀하게 여겨 사진으로 담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의 규칙인 것입니다.


2020. 03. 18 지천으로 피어나는 노란꽃 민들레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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