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새해가 시작되기 바로 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전 세계로 타전됐다. 우한시장 야생동물 판매처에 드나든 사람들에게 최초 감염이 있었고 박쥐에서 옮겨온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성 보도가 이어졌다. 중국이 언론을 통제하며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않자 우리나라 국민 모두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을지라도 이 이상한 전염병이 우리나라까지 순식간에 덮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호기심 반 혹시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베이성 인접 도시로 퍼진 전염병은 기하급수적으로 사람들을 감염시켰고 중국은 사람 간 감염이 되는 변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을 시인했다. 그러나 정확한 감염자 수와 임상 소견, 치료데이터는 내놓지 않았다. WHO는 중국에 우호적인 행동으로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우리 정부는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중국으로 출입국하는 인원이 많은 곳이라 국민들의 감염의 위험이 높았지만, 우리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중국과의 교역이 빈번하고 중국 주재원이나 공장, 사업체 관련 인원이 많으니 북한처럼 국경을 닫아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구정 휴가철에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을 다녀가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춘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중국에 거주하는 가족들 방문과 사업을 위해서, 관광객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결국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도 코로나19 감염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여론은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한 정부를 비난하는 쪽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지지하는 쪽으로 갈라져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헌신적인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대처로 코로나19 감염증 환자 발생이 거의 줄어들 무렵,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감염이 나타나고, 중앙정부와 대구시와 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19 감염차단을 위해서 지금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부는 3월 개학을 앞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휴교령을 내렸고, 사람 간 비말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여기저기 집단 감염이 발생해 대형병원과 종교시설에서 한사람의 환자로 문을 닫아야하는 사태가 벌어지니 감염에 대해 예민해진 시민들은 스스로 외출을 삼가고 있지만 일부의 무심한 한사람의 방심으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불행한 상황에 빠뜨리게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 방역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면서 일상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마스크를 하지 않고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이라도 1~2m 이상 떨어져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예절이 되었다. 손은 수시로 소독약이나 비누로 세균을 씻어내야 한다. 이런 일은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옆에 있는 사람 모두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 됐다.

사람들은 감염의 불안과 사회적 격리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이 코로나19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수입은 거의 생계가 불가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각 사업장이나 대기업의 해외 사업장에서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출 감소, 매출하락 등으로 신규채용이 불투명해짐으로써 청년층의 구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가구는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빠져서 정부의 긴급재난구조금이 지급된다고 하지만 가계의 주름을 펴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부흥시켜서 세계 상위권의 경제력을 일구어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믿고 있고, 또 다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국민이다.

지금 세계 각 나라에도 코로나19에 많은 국민들이 감염되어 어려움에 처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물샐틈없는 방역체계를 부러워하며 배우기를 청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계의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지만 세계평화주의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도우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일부 배타적인 중국인이나 백인들이 자기 나라의 잘못된 방역체계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불안과 분노를 우리나라 교포나 동양인에게 돌리는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사태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폭언이나 비난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개인과 개인인 이웃, 개인과 나라, 나라와 나라들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모두 느꼈을 것이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세계각지에서 타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국민을 수송하기 위해 나서면서 항공석의 빈자리에 비행기를 타지 못한 우리국민들이 타고 돌아오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감염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은 위험에 처했을 때 일수록 이성적 이어야하고 그 속에서 나오는 것이 인류애인 것이다.

자신의 감염과 죽음을 염두에 두고서도 의료체계의 최전방에 서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중노동과 피로를 이겨내고 있는 우리 의료진과 방역대책의 일선에 선 관계자들의 무거운 책임감과 장시간의 임무수행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코로나19는 조만간 백신과 치료제가 발명되어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고 안타까운 죽음에 많은 애도의 눈물을 흘려야할 것이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위험에 처해서야 우리는 깊이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세계 각 나라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린다. 글/이을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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