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까지 갤러리포항·빌리브라운 죽도점에서 선봬

▲ 갤러리포항 작품전.
▲ 빌리브라운 죽도점 카페 내 전시 모습.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사물이나 풍경을 통해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우리들의 정서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입니다"

정태경 화가 작품전이 오는 30일까지 포항시 북구 중흥로 308 갤러리포항에서 선보이며, 전시장 옆 빌리브라운 죽도점 카페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한 작품 10여 점이 제목은 없이 내용을 표현하고 있어 색다르게 느껴진다.

그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 시기를 셋으로 나눠 소개했다. △미술대학에 입학해 본인 미술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모색기' △'나는 집으로 간다'를 시작한 1997년부터 '수륜시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주제로 활동한 2010년 부터는 '방천시절'이다. 여기서 '수륜'과 '방천'은 성주 수륜면,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지낸 것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1954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에는 진학하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문학책을 골라 읽고 갤러리를 순례했다고 한다. 미술에 매료된 그는 검정고시로 28세에 영남대 회화과 입학, 48세 대학원을 졸업해 사회가 그려놓은 진도에 맞추지 않고 본인만의 인생, 관조의 태도와 시간의 여백을 누리는 당당한 삶을 펼쳐 왔다.

특히 그는 '수륜시절' 시골 생활의 삶에서 본인에게 스며든 일상적인 것이 그의 예술이 됐다고 한다. 늘 근처엔 호박, 수세미, 토란, 칸나, 맨드라미 등. 그에게는 호박은 '삶', 칸나는 '예술'을 상징한다. 손길 없이 스스로 잘 자라 수확해 뒀던 늙은 호박을 가장 많이 그렸고, 마을길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던 붉은 칸나꽃도 그림에 담았다.

이어서 '방천시절'에는 집, 골목, 담, 거리 등 도시풍경을 녹여냈다. 그는 방천시장 골목과 골목 사이의 시선을 표현했고, 사물은 주위의 환경이며 나아가 역사라고 설명했다. 방천시장은 그에게 일상적 공간이 아니라 그를 응원하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특정한 의미를 갖는 장소로 변용되고 있는 것. 그래서 그는 '나의 집은 어디인가'라고 묻다가 이제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고 묻는다. 이웃이 있기에 지금의 그가 있고, 지난날이 올바르게 기억돼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작업이 하고 싶을 때 바로바로 풀어내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드로잉 기법은 붓질 쌓아 올리는 페인팅과 달리 요약된 선 몇 개로 직관적으로 단번에 쏟아내는 일로 그의 순간적인 몰입과 거침없는 손놀림이 그대로 박힌다. 그의 유유자적은 침착한 준비, 드로잉은 통쾌한 속도이며, 한정된 색의 표현 등 모든 것을 작품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정태경 화가는 이번 작품전을 지난달 31일까지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한 달 연기해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한 마음이 작품을 통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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