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정신과 전문의
필자도 그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앞으로 생활방역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는 포항시가 시민사회와 함께 코로나 극복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전문가 자문을 통한 POST 코로나 대응전략 내실화를 도모하고 한편으로는 포항시와 시민사회의 연대에 기반한 생활방역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고자 함이다.
이제는 드디어 ‘POST 코로나’, 코로나 종식 이후에 대하여 말을 꺼낼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 것 같다. 확진자나 사망자 수도 현저히 줄었고, 부족한 병상을 보충하기 위해 운영되었던 생활치료센터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 느낌, 캄캄한 터널 끝에서 희미하게 스며들어오는 빛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다. 우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도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아직은 매우 조심스럽게 운영할 계획이지만, 코로나가 걱정되어 아예 문을 닫아놓았던 상황은 이제 지나갔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는 시점에서 필자가 당부드리고 싶은 것 두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처음 코로나 확산이 막 시작될 때 필자는 이 칼럼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런 제언을 했다.
첫째는 코로나 감염에 대해 불안해 할 것 이상으로 불안해하지 말자는 것과 둘째는 코로나로 인해 삶이 제한받는 것에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 상황에서도 챙길 수 있는 긍정적 의미와 삶의 재미를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전대미문의 감염재난으로 너나 없이 강제 방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많은 전문가가 권하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는? 일단 감염에 대한 불안과 방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약간 유쾌하기까지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스트레스, 또 다른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건 바로 바이러스가 아닌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 사람으로 인한 상처, 즉 사람 트라우마다.
왜? 비록 코로나가 잠잠해졌다 해도 지금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거기다 지난 몇 달 동안 코로나 때문에 꾹꾹 참고 넘어간 것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우리는 지금 너나 없이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필요 이상으로 까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서로가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나도 조심 너도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가급적 좋은 말 고운 말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상대에게 부정적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배려해보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유치원 다닐 때 배운 ‘고운말 쓰기’만 제대로 하면 된다. 코로나의 터널을 빠져나온 우리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허약해져 있는지를 모른다면, 사소한 실수로 코로나 바이러스 대신 분노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는데 이는 본인 정신건강에는 물론이고 지역사회나 국가적으로도 매우 해로운 일이다. 코로나 이후 난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에서 별것 아닌 일로 이웃이나 동료와 힘을 모으기 어렵다면, 더 나아가 한 지역사회나 국가가 그 역량을 POST 코로나 대응에 집중할 수 없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그리고 두 번째로 필자가 조언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달라졌던 생활 리듬, 특히 무너졌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생활 리듬이 있다면 이를 하루 빨리 복원해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생활방역의 틀 안에서 할 일이다. 조금씩 완화되는 방역지침에 따라 예전 하던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 등을 복원해 나가는 것이 좋다. 기상과 취침 시간도 재택근무나 개학연기 등으로 인해 많이 달라졌을 수 있는데, 다시 원래 자던 시간에 자고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그게 결국 일상의 회복이다.
이 세상 모든 재난은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무너져 결국 내 일상과 내 마음이 무너지는 것으로 그 피해가 절정에 이른다. 이점에서는 지진이나 코로나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무너졌던 내 마음이 다시 희망과 의욕을 되찾아 일어섬으로 시작되어 일상의 리듬이 회복되고, 결국 건물이나 재화(財貨)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의 복구로 완성된다.
이제 이 코로나 재난도 그 복구의 장정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우선 우리 마음부터 다잡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아 감으로써 그 첫발을 내디딜 때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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