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데스크- 김재광 문화특집부장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남반구 국가 최초로 금메달을 딴 호주 쇼트트랙 선수, 브레드 버리(29)는 ‘하늘이 내려준 행운의 사나이’로 불린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그의 과거는 어두웠다. 1994년 릴리함메르에서는 실수로 넘어져 11 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당하면서 탈락한다. 그해 나가노 올림픽에서도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에는 선수생활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목뼈 골절을 당한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2년간 노력한 끝에 마지막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다.

올림픽에서 예선을 통과한 브레드 버리는 준준결승전에서 꼴찌로 뒤쳐지지만 앞선수의 반칙으로 한명이 덩달아 넘어지면서 운좋게 2등으로 통과한다.

준결승전에서도 역시 꼴찌를 면치 못하지만, 앞선수가 넘어지면서 김동성도 함께 탈락해 간신히 결승에 진출한다.

역시 결승전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한다. 그의 앞에는 당시 최고 선수인 한국의 안현수를 비롯, 미국의 안톤오노, 중국의 리쟈준이라는 쟁쟁한 선수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지막 바퀴에서 기적같이 3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한꺼번에 엉켜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꼴찌로 달리던 브레드 버리는 유유히 혼자서 결승전을 맨 먼저 밟는다. 행운의 여신은 끝까지 브레드 버리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Do a bradbury(뜻하지 않게 운좋게 성공하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그는 호주의 스타로 등극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브레드 버리를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목뼈 골절의 불운을 극복하는 등 10여 년을 줄기차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어부지리(漁夫之利)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전국책(戰國策)’에서 비롯됐다. 조(趙)나라가 연(燕)나라를 칠 때, 연나라에 와 있던 소진(蘇秦)의 아우 소대(蘇代)는 연나라 왕의 부탁을 받고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을 찾아가 이렇게 설득한다.

"제가 이곳으로 올 때 역수(易水)를 건너는데 마침 민물조개가 강변에 나와 입을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황새가 지나가다 조개를 쪼아 먹으려고 하자 조개는 깜짝 놀라 입을 오므려버립니다. 그런데 그만 황새 입이 조개 입에 물리고 맙니다. 황새는 “오늘 내일 비만 오지 않으면 조개는 바짝 말라 죽을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조개는 조개대로 “오늘 내일 입만 벌리지 않으면 황새는 굶어 죽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버팁니다. 그때 마침 어부가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한꺼번에 조개와 황새를 잡아버립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면 서로 지쳐 강한 진나라가 어부가 될 것입니다.”

소대의 이야기를 들은 혜문왕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해 연나라 공격계획을 중지한다.

6·4지방선거가 불붙은 지 3개월이 지났다. 포항시장 선거의 경우, 내노라하는 후보들이 자웅을 겨뤄 서로 자신이 제일이라며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 사람씩 사라져갔다.

맨 처음에는 새누리당 1차 컷오프로 한 후보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떤 후보는 불법 여론 조사로 쓸쓸히 퇴장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경선 하루 전에 돈봉투 사건으로 유력 후보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최종경선으로 한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또 다른 한 후보가 탈락했다.

이제 선거일이 불과 몇 일 남지 않은 상태에서 3명의 후보만이 남았다. 또 어떤 사건이 터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과 더불어 ‘브레드 버리’ 같은 어부지리의 행운아가 포항시장 선거에서 나오지 않을까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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