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균질구조에서 벗어난 다상 헤테로구조 합금 개발

▲ 포스텍 김형섭 교수.
연구중심대학 포스텍 연구팀이 더 강하면서 잘 늘어나는 고엔트로피 합금을 만드는 새로운 설계방식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김형섭 포스텍 교수 연구팀은 고강도·고연성·고가공성 고엔트로피 합금을 개발했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주된 금속에 보조원소를 더한 일반적 합금과 달리, 주된 원소 없이 여러 원소를 비교적 동등한 비율로 혼합하는 방식이다. 이론상 만들 수 있는 합금 종류가 무한대다. 이러한 고엔트로피 합금 무한 조합은 합금 원소 종류와 함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합금 강도, 연성, 내식성, 전자기적 특성, 열적 특성 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대부분 균일한 단상 형태로 만들어져, 단상을 유지하는데 코발트, 크롬 같은 고가 원소를 첨가하는 등 가격경쟁력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고엔트로피 합금은 균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역이용했다. 합금 미세조직이 균질하지 않은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이 더 단단하고 더 연할 수 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헤테로구조는 합금 내부의 구조, 조직이나 결정립 크기와 형상이 같지 않고, 위치별로 다른 구조를 말한다.

실제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철과 구리를 기반으로 각각 분리된 두 영역을 형성시킨 후, 둘 다와 섞일 수 있는 몇몇 원소들을 첨가함으로 비균질성(heterogeneity)을 극대화, 전체 소재의 엔트로피를 높였다.

설계된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은 강한 구리와 연한 철로 이뤄졌다. 연한 철은 소재 연성, 강한 구리는 소재 강도를 향상시켜 기존 스테인리스 강 보다 1.5배 더 단단했다.

또 철과 구리,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소재를 절삭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역시 기존 304 스테인리스 강보다 20배 줄었다. 절삭시간 단축은 소재의 가공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철과 구리에 알루미늄이나 망간 같은 저가 원소를 조합할 경우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보다 3~10배 높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섭 교수는 “단상에 국한된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을 다상으로 확장시켜 산업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고엔트로피 합금 창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금속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cta Materialia’ 및 ‘Scripta Materialia’온라인에 각각 지난 4월 12일, 5월 2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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