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섭 포스텍 교수팀, 고강도 초소성 고엔트로피 합금 설계

▲ 다상 고엔트로피 합금의 나노·초미세립결정 형성을 통한 결정립 성장 억제.
연금술은 납이나 구리 같은 값이 싼 금속을 금이나 은으로 만들려고 했던 전근대 화학술을 말한다. 결국 연금술사 시도가 모두 실패함으로 부자로 살고자 하는 인간 욕망이나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을 대신하는 말이 됐다.

최근 포스텍 연구팀이 쉽게 늘어나는 고강도 초소성 고엔트로피 합금 설계에 성공함으로 현대판 연금술이 실현됐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다수의 원소가 주요 원소로 작용해 높은 혼합 엔트로피에 의해 금속간화합물이 형성되지 않고 단상의 고용체를 형성하는 합금이다. 합금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 항공 산업 분야에 획기적 발전을 이끌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는 포스텍 철강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이종수 교수, 프라빈 연구교수, 자가란 연구교수, 박사과정 아스가리 라드씨, 석사과정 응웬씨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고압 비틀림으로 가공된 나노결정립 고엔트로피 합금 소재에서 2천% 까지 길이가 늘어나는 세계 최고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 학술 전문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이달 1일자에 게재됐다.

초소성(high strain-rate superplasticity, HSRS)이란 재료가 늘어나 찢어지거나 끊어질 때까지 300~500% 이상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높은 온도와 매우 느린 변형속도 등 특정한 조건에서 일부 소재들에만 나타나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초소성 재료를 이용하면 기존 성형 공정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항공기, 우주발사체, 자동차 등에 필요한 복잡한 형상의 부품도 한번에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초소성 현상은 대부분 느린 변형 속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성형 시간이 길어져 가공비용이 높아진다.

이에 연구팀은 열적 안정성이 뛰어난 고엔트로피 합금을 이용해 초소성을 달성함으로써 기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고엔트로피 합금에 고압 비틀림 가공으로 초소성 전제조건인 초미세립 나노결정과 고온 결정립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도록 했다. 기존 초당 0.01-0.1% 변형시키는 초소성 공정 속도보다 50~500배 빠른 초당 5% 고속 변형에서 2천%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 연신율이다. 연신률은 쇠붙이 따위가 끊어지지 아니하고 늘어나는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이 결과는 상대적으로 빠른 성형 속도에서 우수한 연신율을 달성해 기존 초소성 공정 50~500 분의 1로 성형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데 산업적 가치를 두고 있다.

김형섭 교수는 “이 연구는 고엔트로피 합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보고된 금속 소재의 초소성 특성 중 최고 수준 결과”라며, “이 연구에서 제시한 다상의 미세구조는 향후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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