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지 경남정보대 교수

▲ 정유지 경남정보대 교수.
얼마 전 '훈련받기 싫어? 집에 가...멀쩡한 신병 돌려보낸 軍' 제하의 언론보도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직업군인을 희망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군대에 자발적으로 가고 싶은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1급, 2급, 3급이 나온 장정은 현역에 가야 하고, 4급은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으로 가야 하며, 5급은 보충역으로 편입된다. 7급은 재검을 받아야 한다. 현재 육군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해군(해병 포함)과 공군은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역병 모집을 지원제로 실시하고 있는 해군의 경우, 그동안 신병 입소자가 신체적·정신적 문제로 군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7일 이내에 귀가조치해 왔다.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걸러내지 못한 특별한 사안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병무청에서 이미 신체검사(정신질환 포함)를 통해 걸러내었기 때문에, 입소 7일 이내 귀가조치될 확률은 많이 떨어진다. 그런데 막상 군대에 들어와 보니, ‘군함을 타고 선상생활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동요는 누구나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덜컥 겁이 날 수도 있다. 20년 넘게 군 복무를 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그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훈육요원(조교)이 "훈련받기 싫으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일주일이 지나면 (집에) 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으니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지금 얘기하라"는 안내의 경우는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러 온 장정에게 이 무슨 군기 빠진 소리를 하고 있는가?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좋은 병영 프로그램을 통해 군생활을 조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상관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매뉴얼(manual)을 바꿔야 한다. 어차피 훈련을 받다가 상해 및 질병이 유발되면 급수에 따라 합당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매우 심각한 병명의 경우엔 심의를 통해 적법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병영현장에 와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장정에게 그런 안내를 왜 하는가? 얼핏 보면 해군은 지원병제이므로 ‘입소 7일 이내 귀가조치 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도 할 수 있다.

군에 입소해서 군복을 입은 그 순간부터는 군인이다. 이 때문에 군법이 적용된다. 해군이라고 육군과 다른 군인이 아니다. 똑같은 군인 신분이다. 입소 7일내 귀가조치되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멀쩡한 장정이 일주일만에 정신질환자로 바뀌어 귀가조치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최소 6개월 이상의 관찰기간이 필요한 정신질환의 경우엔 일주일의 기간으로 귀가조치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우리 군을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귀가조치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면 분명 군의 쇄신이 요구된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국방의 의무이다. 건강한 대한민국 장정 중,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 군대는 본인이 가기 싫다고 가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 아니다. 다만, 육군 외에 해군(해병), 공군, 의무경찰은 지원제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곳이다. 아무리 지원제로 현역병에 입소했더라도 역시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대한 책임은 동일하다. 군대에 간다고 나선 멀쩡한 아들이 입소 7일만에 정신질환자로 판명돼 귀가조치한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심정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을 토로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도 군에 간 자신의 아들이 나약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

낳고 키운 아들이 국가(해군)의 아들로 복무하는 날로부터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 어느 부모도 단잠을 잘 수가 없다. 국가(해군)에서 부모를 대신해서 입대 장정들을 제대로 관리해줘야 튼튼하고 강한 대한민국(해군)을 만들 수 있다. 병역의 의무를 단절의 의미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성찰의 기간으로 삼은 가수 싸이의 경우, 세계 최고의 가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전환점으로 삼았다.

과거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국방부 홍보지원단 소속으로 전우들을 위해 본인의 장기인 노래로 위문열차 공연 중 자신의 노래 '낙원'을 소개하면서, "여러분과 제가 이렇게 행복한 이순간, 이곳이 바로 '낙원'입니다"라고 멘트하면서 군대 생활로 힘들고 지친 장병들에게 군 생활에서 나름의 기쁨을 찾게 해줬다. 더구나 위문열차 클로징 무대에서, 가수 싸이는 평균 6~13곡을 소화해내면서 장병들뿐 아니라, 군인가족과 지역주민들에게 색다른 공연을 선물해줬다. 클로징 무대 중, "제가 이렇게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오늘 이 무대가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역 문제로 몇 년동안 한 번도 무대에 서지 못했던 고통스런 기간을 경험하면서, 가수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존귀한 시간인지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성공하려면 가수 싸이처럼 군에 가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요즘 병무청이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병역특혜 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보도됐다. 가수 김호중 역시 영화 ‘파바로티’ 주인공으로서, 미스터트롯 TOP 7이 되면서 떠오른 국민들의 우상 중 한 명이다. 가수 김호중이 싸이처럼 자발적 군 복무를 통해 軍의 홍보대사가 되고 아울러 세계적인 가수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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