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짓는 물범 특성에도 불구 단일개체로 발견돼...추정 원인 다양

 

우리나라 멸종위기 2등급인 바다표범이 최근 포항 이가리항에 매일같이 출몰하고 있다. /독자 제공
우리나라 멸종위기 2등급인 바다표범이 최근 포항 이가리항에 매일같이 출몰하고 있다. /독자 제공

 

"여 있을 짐승이 아닌데...아무래도 혼자 길을 잃은 것 같어"

포항 이가리항에서 35년째 어업생활을 한 최모(58)씨는 물범 출몰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기자가 안내를 따라 항구 안으로 접근하자 "저기다. 저기 있어"라고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유심히 관찰하자 회색빛깔에 검은 반점을 띈 물범이 고개를 물위로 내민채 자맥질을 한창하고 있었다.

"쑥쓰럼도 타고 착한 녀석이지" 최씨는 애정을 담아 설명했다.

요 며칠새 인근 가게 앞 갯바위에서도 일광욕을 즐겼다고 한다.

우리나라 멸종위기 2등급 바다표범(속칭 물범)이 포항 이가리항에서 출몰해 대대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제보자 최씨 등에 따르면 4일전부터 매일같이 이가리 항구내에서 물범이 나타났다.

해달과 수달, 물개 등도 주기적으로 출몰했지만 물범은 수십년 최씨 어부 생활 동안 최초였다.

첫 만남은 최씨가 어선에서 선원들과 한창 작업하고 있을때였다.

작업 후 잠시 쉬고 있었을때 7m 정도 거리에서 회색 원형 물체가 물위로 올라왔다 다시 사라지는 모습을 본 그는 지긋이 응시하며 이 모습을 지켜봤다.

최씨의 마음이 닿았을까.

경계심을 푼 채 물범이 어선 코 앞까지 접근했고 최씨와 선원들은 물범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저마다 담아냈다.

1분간 물위에서 '첫 상견례'를 마친 물범은 유유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매번 흔적을 남겼다.

낮에는 항구내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다가 밤에는 어선 하단 공간에서 잠을 청했다.

해달과 수달 등은 고가의 전복, 성게, 조개를 먹어치워 '껄끄러운 손님'이라는 어민들의 평을 듣지만 물범은 달랐다.

물범은 청어, 오징어 등 어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간 사람들의 인기척과 어선 장비의 기계음에 놀란 탓인지 부쩍 물범의 잠수시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요즘은 10여초간 얼굴을 잠시 보인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항구 내라서 먹이도 별로 없어 배도 고팠을꺼야" 최씨는 안타까워했다.

정어리라도 먹이로 줘서 배를 불리고 싶지만 태풍 이후 피해 등으로 현재 어업을 나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물범의 특성상, 무리를 짓고 사는데도 '이 녀석'은 혼자였다.

어민들 사이에선 "태풍때문에 홀로 길을 잃었을꺼라"는 등 자체 원인 분석을 저마다 하고 있다.

최씨는 "우리나라에선 백령도가 주 서식지로 알고 있는데 이제 이녀석이 구조돼 친구들을 찾아 갔으면 한다"며 "밤마다 찾아오는 외부 낚시객 등과의 접촉으로 인한 피해도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 이가리는 160여명의 주민들이 주로 어업 생활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자망배, 통발배, 정치망 어선 등 어선 20여척이 항구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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