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공해 관련 2심 뒤집혀
공해협·형산강지킴이 동일성
회원 명부 승계자료 제출 거부
원고 주민들의 제명 위법 판단
25~60만원씩 배상명령 내려




포항제철소 인근 주민들의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한 ㈜하이릭 수익금 분배와 관련<본지 2018년 8월 3일, 6일 4면 보도>, 최근 벌어진 법적 다툼에서 1심 판단을 뒤집는 ‘주민 승소’ 판결이 나왔다.

주민들은 앞서 2019년 10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는 ‘원고인 주민들이 하이릭 수익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 했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대구고등법원 민사 3부는 ‘마을 공익법인 ㈜하이릭’의 임원진과 형산강지킴이 등 25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형산강지킴이회’와 이전 단체인 ‘공해대책협의회’는 같은 단체로 보고 원고인 주민 65명에게 각 25만원~6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이릭은 지난 2009년 포항시 남구 해도동 주민 65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공해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 강구와 보상 등을 요구해 설립된 회사다.

포항시 남구 해도동과 송도동은 형산강을 사이에 두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과 맞닿아 있다. 이들 주민은 지난 2005년 5월께 형산강변공해대책협의회(이하 공해대책협의회)를 결성해 2009년까지 포스코를 상대로 제철소 인근 공해 피해로 인한 보상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09년 7월 포스코 협력사 대표 C씨와 공해대책협의회 대표 K씨 사이에 상생협약이 체결됐다. 협약은 C씨 소유 회사로부터 표면경화제 특허권을 양도받아 이 제품을 포스코에 지속적으로 납품하는 새로운 법인 설립과 C씨는 법인 설립을 위해 자본금 2억5000만원을 출연한다는 조건이었다. C씨의 자금 출연으로 설립된 회사가 ‘(주)하이릭’이다.

협약이 체결된 이후 공해대책협의회는 해산됐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비법인인 ‘형산강지킴이회’를 새로 결성했다. 이들 회원은 (주)하이릭의 대표와 이사, 감사 등 요직을 차지했다.

2심 법원에 따르면, 이들 임원이 있는 (주)하이릭은 포스코에 납품해 얻은 수익을 형산강지킴이 회원으로 하이릭 법인의 주주가 된 이들에게 배당했다. 또 과거 집회에 참가했던 형산강지킴이 회원들에게 참가한 횟수, 기여도 등을 감안해 분배금을 지급했지만, 이번 소송을 제기한 주민 65명에게는 ‘회원 자격이 없다’며 수익금을 나눠주지 않았다.

피고인 (주)하이릭 임원 등은 “원고인 주민들은 ‘형산강지킴이’ 단체가 주도한 집회 등에 참여한 사람들이 맞지만, 형산강지킴이를 비방해 회원 가입이 거부된 자들이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번 재판에서 형산강지킴이는 이전 단체인 공해대책협의회와 동일성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인 주민들이 이 단체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명됐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피고 측의 법원문서제출명령 거부다. 재판부는 피고인 형산강지킴이와 하이릭 임원 등에게 회원 명부와 회원 승계 관련 회의 자료에 대한 제출을 여러차례 명령했지만, 해당 문서가 기밀을 요구한 문서라며 일관되게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관련 법률에 따라 ‘직업의 비밀에 속하는 문서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 측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원고의 주장이 진실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은 일등공신은 법률 대리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2심 법률 대리인은 포항에서 활동 중인 공봉학(58) 변호사다.

공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 ‘형산강지킴이’ 회원자격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 여기에 방점을 찍고 피고 측에 회원명부 공개와 제명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해온 것이 이번 판결에서 주요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와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해도동 주민을 위한 공익법인인 (주)하이릭의 수익금이 흘러들어간 형산강지킴이 회원들에 대한 명부를 거부한 데 대해 앞으로 또 다른 문제로 비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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