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재광글로벌경영연구소 소장 김재광

벤처의 투자유치 여부는 창업 때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그것은 창업자가 살아온 이력과 능력, 창업팀의 탁월성,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 수익성, 성장성에 의해 대부분 좌우되기 때문이다.

투자유치란 한마디로 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려 쓰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를 말한다. 융자를 받은 경우에는 원금과 이자를 추후 돌려주면 되고, 투자를 받을 경우에는 지분 등을 주면 된다. 융자는 지분을 지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반드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도가 날 경우 신용불량자로 전략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투자는 지분 잠식 우려가 있는 반면 훌륭한 엔젤이나 벤처캐피탈을 만나는 경우 경영 자문을 받을 수 있어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사업 초기에 엔젤이나 벤처캐피탈로부터 너무 많은 투자 유치를 하면 지분이 희석되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등 오히려 독이 될 수 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벤처 성장 단계별로 적절히 투자를 유치해야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올려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보통 초기 창업 자금은 본인이 피땀 흘려 마련하기 때문에 ‘피땀돈(Sweat Money)’이라 불린다. 이 피땀돈은 자신의 헌신 정도와 사업 규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피땀돈으로 최소존속제품(Minimum Viable Product) 출시가 여의치 않은 경우, 가족(Family)이나 친구(Friends)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이는 그냥 사랑으로 받아 공짜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의 돈(Love Money)’라고 불린다. 물론 피땀돈과 사랑의 돈으로도 최소존속제품 출시가 어려운 경우, 엔젤이나 액셀러레이터에게 손을 벌릴 수 있다. 이때부터는 투자 성격이 강하며 장시간 인내해 줄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인내자금(Patient Money)’이라고 한다. 물론 엔젤이나 액셀러레이터 외에도 각종 창업경진대회나 정부 과제를 통해 자금을 유치 받을 수 있다.

벤처가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 제 2 도약을 위해 벤처개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다. 보통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로 구분해서 투자를 받게 된다. 특히 벤처캐피탈은 초기단계(Seed~1st Stage) 벤처의 경우 대략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부분으로 나눠 가치, 기회 및 리스크를 분석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다. 첫째, CEO 및 핵심인력에 대한 평가, 둘째, 시장에 대한 평가, 셋째, 보유 기술, 아이디어 등 차별성에 대한 평가, 넷째, 재무적 투명성 평가, 다섯째, 고객의 평가다.

이상의 다섯 가지 평가 항목을 통해 벤처가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 할 수 있다. 즉, 첫째, 창업자나 경영진, 핵심 인력의 자질과 능력에 문제가 있다. 둘째, 매출 전망이 불확실하고, 매출이익률이 낮은 등 사업성, 수익성, 성장성이 어둡다. 셋째, 재무가 투명하지도 건전하지도 못하다. 넷째, 고객의 로얄티가 낮다.

간혹 벤처가 투자유치를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VC에 사업계획서를 보내거나,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되어서야 펀딩을 시도하거나 한다. 또한 사업계획서를 잘 쓰거나 기술만 우수하면 언제든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이는 결코 올바른 투자유치 방법이 아니다.

창업자는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함께 일할 유능한 사람이 주변에 없으며, 사업성, 수익성, 성장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면 아예 시작도 안 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시작은 진정으로 성공의 반이다. 반을 어떻게 시작할지 깊은 고민과 준비가 있어야 투자유치도 가능하고 사업에도 성공한다. 또한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면 사업이 매력이 없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증이므로 일치감치 사업을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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