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 방향의 원편광에 대해 크게 차이나는 카이랄 금 나노 입자의 SHG 신호. 포스텍 제공
포스텍·서울대·파더본대
SHG신호 최대 10배 측정
물질 구조 정확한 분석 기대








왼손을 거울에 비추면 오른손처럼 보이지만 왼손용 고무장갑을 오른손에 낄 수는 없다. 이처럼 어떤 물체와 그 물체의 거울 이미지가 겹치지 않는 성질을 카이랄리티(Chirality, 거울 대칭성)라고 한다. 분자가 가진 이 성질은 약을 제조할 때 오히려 독성을 가지게 할 수도 있어 제약 분야의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분자와 거울상 대칭되는 분자는 대부분의 물리적인 성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광학 분석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편광을 가지는 빛을 이용해야 한다. 빛의 파장에 비해 분자 크기가 작으면 빛과 분자 사이의 카이랄 상호작용이 매우 약하게 나타나 이를 측정하기 어려웠다.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기계공학과 문정호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김혜온 박사, 독일 파더본대 토마스 젠트그라프(Thomas Zentgraf)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했다. 이들은 '투명망토' 물질로 잘 알려진 메타물질로, 빛과 물질 간 카이랄 상호작용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가지도록 인위적으로 매우 작은 크기의 입자나 구조물을 주기성을 갖고 배열한 어레이로부터 구현하는 물질이다. 단위 구조체의 형상 및 배열에 따라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카이랄 물질에 빛을 쏘면 신호가 발생한다. 그 정도가 매우 약해 여러 개의 물질을 모아 평균 신호를 측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메타물질을 이용해 인공 카이랄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 물질의 신호를 크게 증폭시켰다.

연구팀은 개발된 카이랄 입자 한 개의 카이랄 선형 산란과 2차 고조파(second harmonic generation, SHG) 산란을 측정했다. SHG란 입사된 빛 주파수(ω, 오메가)의 2배 값을 가지는 주파수(2ω)의 빛이 생성되는 현상으로 일반적인 카이랄 물질에서는 SHG가 작게 나타나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카이랄 물질의 SHG 신호는 선형 신호보다 최대 10배 크게 측정됐다. 단일 입자는 물론 아주 적은 양의 카이랄 물질의 거울 대칭성을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다. 앞으로 카이랄 물질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 노준석 교수와 서울대 남기태 교수 공동연구진은 2018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표지논문으로 카이랄 메타물질 합성법과 광특성 연구를 게재한 이후 지속적인 공동연구로 이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포토닉스(ACS Photonics)‘에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독 특별 협력 사업(GEnKO 사업) 주도로 이뤄졌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글로벌프론티어사업/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사업, 교육부 이공분야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 POSTECH 피우리 펠로우십 및 LG 디스플레이 등의 추가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