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효과 제한적…목돈 부족한 젊은층에게는 도움가계건전성 악화 우려는 '반반', 철저한 부채 관리 필요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지역에 관계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까지 상향 조정하는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실거주 목적에서 주택 구입을 계획하고 있던 일부 수요자들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LTV 완화로 단기간에 거래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빚을 늘려 아파트를 사려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받쳐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LTV 완화, 젊은층 수혜…거래시장 파급력은 제한적

현재 LTV는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50%, 지방은 60%다. 정부 구상대로 LTV를 70%로 일괄 조정하면 수도권과 지방에 거주하는 수요자들은 각각 집값의 20%포인트, 10%포인트에 해당되는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대출한도가 최대 2억5000만원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3억50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5억원을 기준으로 대출금액이 최대 1억원 늘어나게 되면 목돈이 부족한 젊은 수요자들은 내집을 보다 손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이 집이 꼭 필요한 신혼부부나 직장인 등 젊은 수요자들을 LTV 완화에 따른 주요 수혜대상으로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실거주 목적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의 거래시장 유입이 기대된다"면서 "금융규제 완화 이후 대출금리까지 인하되면 이들 젊은층의 구매력 보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자금여력이 부족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거래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구 논현동 N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젊은 직장인의 경우 대출 상환능력은 있지만 목돈이 부족해 매매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LTV 완화로 이들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보완되면 매매시장에도 다소 활력이 돌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주택경기 침체로 '집을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있다는 점에서 LTV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부이촌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될 조짐을 보일때 금융규제를 완화하면 수요자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겠지만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당장 거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센터장 역시 "일부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매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매수심리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DTI 규제유지는 아쉬움, 가계건전성 악화 우려는 '반반'

정부가 LTV를 완화하는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현상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DTI는 연간 소득에서 빚 상환에 쓰는 돈의 비율로 규제비율은 서울 50%, 수도권 60% 이내다. 집값이 기준인 LTV는 풀어주더라도 상환능력과 직결되는 DTI는 보수적으로 규제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DTI를 보수적으로 유지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면서도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보유한 은퇴 고령자들이 금융규제 완화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주택거래가 전체적으로 살아나려면 구매여력이 있는 이들을 거래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면 금융규제 완화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DTI 비율을 달리 적용하는 등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좀 더 세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LTV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가계부채 총량은 늘어나겠지만 부채의 질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집값이 하락할 경우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 LTV 완화가 가계부채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쪽은 투자나 시세차익을 거두고자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실거주를 원하는 수요자들 외에는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LTV 완화로 하우스푸어가 쏟아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일은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원리금 상환 부담에 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하우스푸어들을 1금융권으로 끌어들이게 되면 이자지출이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요자들의 빚 부담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특히 집값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깡통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손실을 수요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규제 완화를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결국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는 말인데 주택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지면 이 집들이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 "금융규제 완화 카드에도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에는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채무불이행에 따른 은행권 연쇄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규제 완화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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