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은 몸 속 ‘신호등’

흔히 해롭다고 생각하는 콜레스테롤은 사실 호르몬이나 소화액의 재료가 되는 등 우리 몸속에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콜레스테롤이 태아의 기형이나, 암 발병 등의 신호를 조절하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POSTECH(포항공과대학교)-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을 통해 발표됐다.

POSTECH 생명과학과 한진관 교수․미국 일리노이대 조원화 교수팀은 최근 발매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를 통해 세포막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을 조절하는 윈트(Wnt) 신호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표했다.

척추동물의 발생이나 세포의 분열과 분화, 줄기세포의 유지와 같은 생물학적 현상들은 Wnt라는 이름을 가진 단백질이 베타-카테닌에 의한 전형적(canonical) 신호전달과 베타-카테닌에 의하지 않은 비전형적(noncanonical)신호전달 등 2개 신호전달 체계를 조절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신호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태아가 기형이 되거나, 성인의 경우에는 암이 유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Wnt 신호전달체계’는 암 발병을 알리는 ‘발암신호’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두 신호전달 체계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택하여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공동 연구팀은 생화학적․발생학적 분석을 통해 세포막에 위치한 콜레스테롤이 신호전달체계에서 핵심적인 Dvl 단백질과 결합함으로써, 신호전달체계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들을 세포막들로 유도해 신호체계가 베타-카테닌에 의한 전형적(canonical) 신호전달로만 선택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콜레스테롤이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처럼 세포막을 구성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호등’처럼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신호를 조절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이 연구성과는 특히 ‘발암신호’를 미연에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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