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손주락 기자

▲ 편집국 손주락 기자

영주시가 뜬금없는 고백(?)으로 필자를 당혹게 했다.

지난 26일 지금까지의 모든 행사가 시민의 주인이 아니고 불합리한 행사 의전 관행으로 내빈 중심의 권위적·관행적·겉치레 행사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거침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영주시 행사 의전 수준에 큰 불만이 없었던 필자는 ‘정말 그러했던가’ 잠시 고민도 됐지만, 내용의 핵심은 허례허식 탈피하고 시민중심의 행사가 되겠다는 아주 기특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간소화라는 명목으로 선비의 고장 영주가 손님에 대한 예절이 갑자기 부족해지진 않을까 하는 염려는 금할 수가 없다. 원래 의전(儀典)이란 그 한자의 뜻이 ‘거동하는 법’으로 공식에서 통용되는 예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이라,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 허(虛)와 높은 자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허가 끼다 보니 허례허식이 됐지만 사실 의전이란 찾아오는 손님에게 예를 다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정상적인 의식이다.

물론 예를 들어 어떠한 행사에서 축사를 담당한 내빈이 다른 일정으로 그 축사의 순서가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도착해 다시 순서를 처음부터 돌려서 시간을 지체하게 하는 등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의전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1조 원이 훨씬 넘는 국가 관리 차원의 건축물 준공식에 장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관급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대통령 명의의 표창을 전달한다면 어떨까. 영주시 의전 수준이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이 영주시에서 실천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제안자의 발언 외에 불필요한 규정도 추가돼있어 제안자 뜻과 다르게 수정된 현재의 ‘김영란법’처럼, 의전에 과도한 제한이 걸릴까 하는 걱정도 더해지고 있다.

영주시는 아마 처음부터 시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시에서 행사를 준비하니 시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는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 시민의 이름으로 행사 의전을 준비하는 만큼 시민의 공통된 마음을 담아 예로써 손님을 맞이함이 옳다.

끝으로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라고 하는 영화의 한 대사처럼 ‘의전 간소화할 때 간소화하더라도 코사지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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