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사람]

이웃사랑 나눔 봉사회 김재술 회장

지난 토요일 볕 좋은 가을날 오후, 20여 년을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오로지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며 사는 김재술 회장(70)을 만났다.

김 회장은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2007년 7월 ‘이웃사랑 나눔 봉사회’를 창립하고 회장의 직분을 맡았다. 무료급식소를 열게 된 동기는, “대구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자치를 하던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밥을 굶는 날이 많았다”면서 “당시 향촌동에는 지게로 짐을 날라주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찾는 식당에 배가 고파 책을 갖다 주면 따뜻한 밥을 몇 끼 정도 얻어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식당주인이 싸서 주는 누룽지를 갖고 와서 끓여 먹으면 오래 먹을 수 있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이때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따듯한 밥, 한 그릇을 나누는 기쁨과 고마움을 고교시절 이미 체득했기에 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며 한 동안 지난 시절로 되돌아갔다.

김 회장은 어려움을 겪으며 열심히 산 덕분에 구룡포중·고총동창회장을 16년간 맡았으며, 언론사 사장 등 지역사회를 위해 많이 활동했기에 포항지역 유지로 이미 명성이 알려져 있다. 지금은 오천과 구룡포 노인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생활을 통해 생활이 조금 안정되자 뜻 있은 사람들과 마음을 모아 이웃사랑 나눔 봉사회장을 맡아 오천읍, 당시 가장 빈민가였던 구정리에서 2007년 처음으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지금도 1일 100여 명이 점심때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한때는 220여 명이 이웃사랑 나눔 봉사회원 참여했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지금은 180여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영그룹 송태헌 회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곳에서 5년 동안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다가 2011년 김 회장의 고향인 구룡포에 무료급식소를 1곳 더 개설했다. 하루 6~70여 명이 찾는 구룡포 무료급식소는 주로 독거노인,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생활자 등이 찾고 있다고 한다. 무료급식소는 무료점심 외에도 반찬배달, 매년 5월 경노장치, 연말 위로연 등을 열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무료급식소를 개설하고 2년 동안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절에서 공양기부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급식소 운영경비는 2년 동안 회원들이 십시일반 보태는 지원금과 김 회장의 사비 3천여 만 원으로 꾸려나왔다며 지금은 시에서 50%가 보조되고, 일부는 회원들의 회비, 나머지는 회장 혼자서 모두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어려운 이웃에게 따듯한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과 매일 서로 흩어져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때 만나 대화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급식소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에게 김 회장은 “시어머니, 시아버지 밥상 차리는 정성으로 하지 말고, 친정엄마 밥상 차리는 정성으로 하라”고 말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웃사랑 나눔 봉사회는 무료급식 외에도 1년에 한두 번씩 봉사단체회원들과 성동리에 한의사들과 함께 침, 뜸, 물리치료 등 의료봉사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독거노인은 외롭다.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자주 찾아와야 좋은 약이 된다”며 “부모는 자식이 조금만 잘하면 간이라도 내어준다. 이것이 부모의 심정이거늘 오늘날 상당수의 자식들은 부모 알기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독거노인들도 혼자 생활하면서 자신을 놓지 말고 무엇이든지 일을 찾아서 자신을 위한 소일거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소외된 노인이 많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등에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다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할 때다. 주변이웃들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 회장은 “급식소에 식사를 하러 오시던 분이 며칠 보이지 않아 안부를 물었을 때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또한 “저는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갖고 있는 재산은 사회에 모두 환원하니 기대지 말고 스스로 살아가라고 말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소망을 물었더니 “무료급식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급식소를 현대시설로 만들어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한 김 회장은 힘이 닿는 데까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와 섬김으로 삶을 살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 회장의 말 한마다 한마디가 아름다운 꽃의 색깔이 띠고 있었다. 오랫동안 건강하기를 기원하면 헤어지는 발걸음이 몹시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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