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락 기자

▲ 사회팀 손주락 기자

최근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사고가 났다. 신고된 시각 2017년 1월 10일 오후 2시 5분, 세월호 사건 이후 1000일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난날이다.

외국의 거대한 상선과 국내의 초라한 어선, 망망대해서 가늠할 수도 없는 확률의 부딪힘은 2명을 사망으로 이끌고 4명의 실종자를 냈다. 사고 원인 ‘견시소홀’ 이 네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허망하기만 하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 사건을 주시할 때, 사건의 지점은 포항의 앞바다는 아니다. 구룡포 앞 22마일, 대한민국의 영해가 아닌 공해.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으며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 법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있기 때문에 구조의 의무는 있지만 외국 상선이 국제법을 따르겠다고 하면 원칙적으로 선박이 귀국의 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곳으로 향후 법률적 문제의 소지도 있다.

형법상으로는 상선이 가해선박이 됐지만, 항법상으로는 서로간의 과실이 있다. 두 선박 모두 항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물돛(씨앵커)를 내렸다고 하지만 이는 엄밀히 정박한 상태가 아니다.

물돛은 수중 저항이 큰 물체를 선수에 매달아 조류나 바람에 의해 배가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이를 내렸다는 것은 조업 또는 그 준비단계 혹은 정류중인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원에 상무에 의하면 조정 성능이 좋은 선박이 움직이기 어려운 선박을 피해야 한다. 즉 물돛을 내린 어선에 비해 그렇지 않은 상선이 피항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어선은 피항협력동작을 취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어떠했는가. 어떤 선박도 어떠한 움직임조차 없었다. 운항의 근본적인 조건 ‘경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 따르면 경계는 모든 운항 선적의 기본이 되는 자세다.

그렇다면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위를 둘러봐도 수평선밖에 보이지 않은데서 오는 안도감, 지난날의 장거리 운항과 조업 행위로부터 오는 피곤함, 똑같이 일렁이는 바다로부터 오는 무료함은 운항자의 경계의 벽을 허문다.

이번 사건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5일 출항해 오는 25일 귀항을 목표로 한 209주영호는 출항 17일째 이 같은 사고를 맞닥뜨렸다. 17일간의 조업활동은 누구하나 빠짐없이 피로를 누적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자동항법시스템을 적용시킨 외국인 상선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는 어떠했나. 안도감과 무료함에 한 사람은 자리를 비우고 두 사람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사건 장소 공해, 항로도 없고 누구의 소유도 아닌 그 곳. 길마저 없고 갈매기 한 마리 보이지 않던 그날, 사실 그곳에는 길이 있었다. 경계라는 근본이 허물어지고 주시라는 신호를 위반한 그 순간 그 넓은 망망대해는 일방통행보다 더 좁은 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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