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춘 운제산 시루봉골 굼벵이 농장 대표

오어사 둘레길, 문장산 둘레길, 시루봉 둘레길이 만나는 중심이자 포항과 경주의 경계지점,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산여리 89번지. 운제산 첩첩산중에 중년부부가 굼벵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다.

지난 24일 기자가 소문을 듣고 찾아간 산속농장의 손동춘(51) 대표는 운제산의 정기를 받아서 그런지 소탈하고 순박한, 청정산골 농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가 산속에서 굼벵이 사육을 하게 된 내력은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어느 날 굼벵이 사육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30여 년 가까이 해오던 건설·건축 일이 줄어들고 하던 일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무엇을 할지 많이 고민을 하다가 문득 선배 이야기가 떠올라 하던 일을 정리하고 4년 전에 굼벵이 농사를 시작했다.
손 대표는 “운제산 골짜기 시루봉골은 산세 때문에 일조량이 적어 밭농사가 안 된다. 그런데 첩첩산중이라서 공기가 맑고 물 좋은 청정지역이기에 굼벵이 사육은 최적지”라고 말했다.

덧붙여 “굼벵이를 거름 밭에서 키우게 되면 농약이나 중금속 등 환경호르몬이 들어가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장소가 못 된다. 그런 것을 먹으면 독”이라면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을 복”이라고 했다.
그는 굼벵이 농사를 짓기 위해 전국 곳곳을 많은 누비고 다녔다. 전라도에까지 가서 많이 배웠다. 그 결실로 굼벵이 사육에 이제는 정착했고 종자분양단계에 진입했다.

올해부터는 생산·가공·유통·판매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나날이 될 것 같다며 현재는 굼벵이 판매 유통망이 없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 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굼벵이 사육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여름날 대기온도가 32∼35도까지 올라가면 사육장 건물 실내는 40도 이상 올라가는데 냉방시설이 안 돼서 굼벵이가 몰살을 한 적도 있었고, 가습기와 제습기를 설치해야 되는지 조차 몰라서 녹간병, 백간병, 물렁병이 와서 사육하던 굼벵이를 모두 버려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대송면 송동이 고향인 손 대표는 4년 전 현재 농장을 하고 있는 자리에 대지 250평, 논 600평을 구입했다. 땅을 살 때만 해도 자금난이 어려워서 융자를 받아 시작했다. 시의 보조사업보조금 일부도 받았지만 현재까지 별 무리 없이 진행되어 왔다면서 이곳에 오고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했다.

현재 굼벵이 생산량은 월 100kg/연간 1톤 이상 생산하고 있다. 2017년부터 2톤 이상 생산에 도전하고 있으며, 올해는 곤충사육사 50평, 사육 및 체험시설 60평을 지어 체험학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굼벵이 사육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운제산 산행을 하던 중 한 분이 농장에 들러 굼벵이가 간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면서 굼벵이를 팔라고 했다. 그때 구매해 간 분이 굼벵이를 꾸준히 먹고 완치됐다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동안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을 때였다고 술회했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굼벵이에 대한 효능을 몇 가지를 보면 굼벵이는 간, 신장 기능을 향상(자양강장제)시킨다. 이는 체내 독소배출로 간 기능회복과 활발한 이뇨작용으로 신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혈개선과 통풍에 좋다. 굼벵이는 어혈을 풀어주어 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뇨 및 각종 성인병 개선과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인슐린 분비량을 증가시켜 혈당치가 감소되므로 당뇨환자에게 좋으며 고혈압, 동맥경화 등을 예방한다. 이외에도 각종 암 치료 예방에도 좋다. 간암, 난소암, 후두암 등을 예방치료 한다. 뛰어난 항암효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복용 후 호전되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또한 산모의 모유량을 늘여주며, 피부개선과 면역력 중강에 도움을 준다.

손 대표는 간이 안 좋은 사람들이 굼벵이를 주로 찾고 있어 판매하고 있는데 건조시켜 집에 가서 갈아서 분말로 먹게 하고 있다. 제탕원에 가서 약재와 함께 탕으로 해서 먹으면 먹기가 좋다고 한다.

올해는 굼벵이 종자생산 분양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공과 유통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속에 와서 하룻밤을 보내며 가족 간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편백나무로 설계한 주택 30평(1동)과 6평(1동)짜리는 농어촌 민박허가를 받아 뒀다며 첩첩산중에 들어와 힐링을 하고 가실 분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을 받고 민박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 대표가 살고 있는 운제산 시루봉골에는 현재 4가구가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처음 아내에게 굼벵이 사육을 한다고 했더니 기겁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굼벵이가 징그러워 근처에 나타나지도 않다가 나중에는 젓가락을 끼고 굼벵이를 분리하다가 이제는 장갑을 끼고 분류할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손 대표는 “건강하고 힘이 넘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굼벵이로 키우려면 영양성분이 풍부한 참나무 톱밥을 발효시킨 사료를 써야 한다. 굼벵이를 키우는 것도 많은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가 필요한데 특히 정성이 중요하다면서 아기 돌보듯이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잘 자란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굼벵이 사료를 발효시키기 위해 힘든 협기발효를 고집하고 있다. 1차 배합 3개월, 2차 배합 3개월, 3차 배합 3개월을 숙성시킨 뒤 1년 만에 굼벵이에게 사료로 준다. 그렇지 않으면 설사를 하거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농장 한쪽에는 참나무 톱밥을 포대에 담아 가득 쌓아놓고 있었다.

그는 “굼벵이는 고가에 매매된다. 4년간 고생한 끝에 이제는 소문이 제법 나서 사료비 빼고 먹고 살 정도는 된다. 별도로 홍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 붙여진 사진을 보고 문의전화가 온다“는 말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제산 시루봉골 굼벵이 농장을 찾아가는 길은 포항시내에서 대송면 대각리 영일만온천을 지나 오어사 자장암 길을 따라 수없이 산을 오르고 내리다가 포장이 끝나는 곳까지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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