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현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월 9일 대통령선거, 인천 부평구에서 투표함이 수십 명의 유튜버에게 탈취당했다.

이들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아무런 이유 없이 투표관리관과 투표참관인을 둘러싼 후 ‘부정선거 현행범’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저기서 대량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신이 난 그들은 투표함을 점거한 채 시청자들에게 ‘집결하라’고 선동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해당 지역의 선관위 사무국장과 개표참관인들이 모두 나서서 투표함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음을 안내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투표함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극한의 대치상태를 겪고 나서야 열릴 수 있었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경기 구리시 개표소에선 정상적인 잔여투표용지 수십 장이 가짜뉴스를 믿은 시민에게 탈취당했다.

전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이것이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투표용지를 기자회견에서 흔들어댔다. 대량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신이 난 그들은 계속 유튜브를 통해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로 선동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속았다. 그들은 구리시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했다. 당시 구리시선관위에 있는 미회수된 투표지분류기가 부정선거의 증거이므로 이를 사수해야 한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됐다.

몇 달간 구리시선관위는 가짜뉴스를 믿는, 혹은 그들에게 속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연합국의 잔인함을 부각하기 위해 독일 드레스덴 공습으로 인한 실제 사망자 수 25,000명에 0을 하나 더 붙였다. 나치의 선전장관인 괴벨스의 아이디어였다.

한 차례 공습만으로 무려 200,000명이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연합국에 퍼졌다. 이 사실을 믿은 연합국 시민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향해 ‘우리가 독일과 다른 것이 뭐냐’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파장은 점차 커져 드레스덴 공습을 총지휘한 영국 공군 사령관 아서 해리스까지 청문회에 나와야 했다. 이렇게 정보에 작은 각색 하나만으로도 가짜뉴스는 큰 파급력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선거절차 사무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만연하게 퍼지고 있다. 전투표, 투표지분류기뿐만 아니라 투개표 전 과정에 대한 왜곡 등 가짜뉴스의 범위도 늘어나고 있다.

투·개표소에서 일어난 작은 실수로 확산된 가짜뉴스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런데 실수가 아님에도 선거절차에 대한 오해나 무지로 인한 가짜뉴스, 최악의 경우 이번 인천 부평구 투표함 탈취사건이나 경기 구리시 잔여투표용지 탈취사건처럼 의도적인 각색으로 선동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라는 꽃을 갉아먹는 벌레와도 같다.

가짜뉴스의 확산은 선거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 더 나아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치명타다.

지금도 가짜뉴스에 속아 많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투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짜뉴스를 해명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행정력과 막대한 행정자산이 투입되고 있다. 결국 후원금을 노린 소수 유튜버를 제외한다면 이러한 가짜뉴스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은 전혀 없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가짜뉴스를 다시 퍼트릴 것이고 누군가는 이를 믿을 것이다. 가짜뉴스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내용도 진화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nec.go.kr) ‘선거 바로알기 코너’에는 선거 사무에 대한 가짜뉴스들을 반박하기 위한 팩트체크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공동체 전체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수를 줄이고, 잘못된 가짜뉴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유권자가 가짜뉴스에 속지 않고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우리의 투표는 안전하다. 가짜뉴스로 인해 소중한 투표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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