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참사 사고 현장인 대구시 중구 중앙로역에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추모의 벽을 바라보고 있다.


“딸아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맞은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대구시 중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기억 공간’.
이곳 시민분향소에는 유족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기억 공간에는 20년 전 참사 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열기에 녹아내린 광고판부터 공중전화기 등 그날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고, 벽면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세요’, 편히 쉬세요‘ 등 당시 시민들이 아픔을 함께 나눴던 흔적까지 남겨져 있어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참사 당시 가족을 잃은 유족의 발걸음이 이어진 가운데 당시 57세의 나이로 20대 딸을 잃었던 민창기(77) 씨는 백발이 성성해진 모습으로 이곳을 방문해 딸의 사진 옆에 쪽지를 남기며 흐느꼈다.

민 씨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딸이 그리워 365일 이곳을 매일 방문한다”라며 “특히 20주기를 맞은 날 이렇게 딸의 사진 옆에 메시지를 남기니 딸이 더 그립고 생각이 난다”라고 말하며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기원하며, 대구지하철참사가 잊어지지 않도록 대구시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길을 잠시 멈춘 채 그날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추모했다.

대구시 북구에 사는 김대연(28) 씨는 “사고 당시 초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사고 당시 인근 병원에 병문안을 갔었는데 검은 연기로 가득했던 거리와 쉴 새 없이 들어온 구급차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라며 “더 이상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참사를 겪지 않은 세대들도 그을린 벽과 희생자의 사진을 바라보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등 안타까운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친구들과 함께 기억 공간을 둘러보던 박유진(16) 양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SNS나 부모님을 통해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그날의 아픔이 느껴진다. 특히 벽에 걸린 사진에 또래들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돌아가신 분들이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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