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훈민정음 해례 어디서 나왔나…간송·상주본 모두 논란
2017-03-30 이부용 기자
| ▲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연합 | ||
간송본이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되기 전까지 있었던 원래 소장처가 어디였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안동의 광산김씨와 진성이씨 문중은 간송본이 있던 곳이 서로 자신의 집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은 진성이씨 이용준이 간송 전형필(1906~1962)에게 1939년을 전후해 거금을 받고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를 어디서 구했느냐는 점이다. 광산김씨는 이용준이 광산김씨 긍구당(肯構堂)에서 간송본을 몰래 가져가 팔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성이씨는 간송본이 원래 진성이씨 회양당(晦養堂)에 있었다고 반박한다.
논란은 두 가문이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일었다. 진성이씨 대종회는 지난달 23일 "해례본 원소장처는 진성이씨 주촌(周村·두루) 종택"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8일에는 광산김씨 긍구당 14대 종손 김대중(84)씨가 "간송본은 1940년 초까지 안동시 와룡면 가야리 긍구당 고택에 소장돼 있었다"며 "이용준이 처가에서 책을 가져온 뒤 긍구당 장서인(藏書印)이 찍혀 있는 표지 등을 찢어 훼손한 뒤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산김씨 긍구당 장서에는 반드시 장서인을 찍는다"고 덧붙였다.
훈민정음 상주본도 상주본 출처를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상주본은 2008년 7월 상주에 사는 골동품 수집가인 배익기씨가 "집수리를 하다가 상주본을 발견했다"며 외부 문화재 전문가에게 알렸다.
그러나 골동품업자 조모씨가 자기 가게에서 배씨가 다른 고서적을 사며 상주본을 몰래 끼워 넣어 훔쳐갔다고 주장해 민·형사 소송이 벌어졌다.
배씨는 민사소송에는 졌으나 형사재판에서 절도 혐의에 무죄를 받았다. 배씨는 "나만 아는 장소에 상주본을 뒀다"며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불교 조계종은 상주본이 애초 안동 광흥사에서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계종 측은 "배씨 형사재판에서 도굴범이 출석해 1999년 광흥사 나한상 복장에서 훔쳐 돈을 받고 팔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1952년에는 광흥사에 있던 월인석보 판목이 불에 탔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