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신중국사용설명서<26>]세대를 뛰어넘는 실용의 문화, 그것이 중국몽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19-12-30     대경일보
개혁개방초기 중국의 경제발전은 ‘빛의 속도’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초고속 성장률을 자랑했다. 하루하루가 달랐다. 한두 달만 지나도 베이징과 상하이 시가지는 우후죽순 빌딩이 들어서는 등 몰라보게 달라졌고 중국경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외자유치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했던 개혁개방 초기와 달리 21세기에 들어선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모두 중국시장에서 1등을 해야 글로벌시장 1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5G 등 ‘4차 산업’을 주도하는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중국이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중국이 그때까지 축적한 자본과 실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광양회’(韬光养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내세우며 묵묵히 실력을 길러 온 중국이 ‘화평굴기’의 시대를 거쳐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대국굴기’에 나선 셈이다.

시진핑(习近平) 집권과 동시에 중국이 꾸는 꿈인 ‘중국몽’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중국몽은 중국이 세계최강국이 되는 중국패권의 꿈이 아니다. 배고픈 시대를 해결하는 ‘원빠오’(温饱)는 덩샤오핑의 최우선적인 국가적 목표였다. 원빠오 다음이 샤오캉(小康)사회다. 소위 ‘쁘띠부르조아’의 시대라고 직역할 수 있는 샤오캉 사회는 14억 인민 모두가 잘사는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다.

물론 중국은 포브스(湖润)가 꼽은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즐비한 반면 빈부격차가 세계최고수준일 정도로 사회주의 중국이 무색하다. 그러나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룹, 징둥(京东)그룹, 샤오미(小米), 아이치이(爱奇艺) 등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중국이 얼마나 실용적이며 열린사회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개방된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성공스토리가 가능했다.

사실 중국인의 주요 결제수단인 ‘위챗페이’(微信支付)와 ‘알리페이’(支付宝)같은 QR코드 결제방식은 불과 몇 년 만에 현금을 대체할 정도로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할 수 없었던 이런 핀테크산업이 성공하게 된 것은 중국이 실용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보안’을 강조해 온 우리로서는 온갖 방식의 인증과 각종 규제에 막혀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는 서비스방식이다. 그렇다고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보안이 취약한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의 독특한 한 세대를 뛰어넘는 문화와도 직결된다. 개혁개방이후 경제성장의 과실을 맛보게 된 중국은 초기에는 소수의 부자들만이 신용카드를 가졌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점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신용카드는 보편적이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대와 결합된 페이결제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페이경제로 결합시켰다. ‘부자나 거지’ 가리지 않고 누구나 신용도와 관계없이 ‘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 역시, 유선전화 보급이 저조했던 중국대륙에서 더 이상의 유선전화망 확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실용적인 카드였다. 대도시에는 유선망을 까는 것이 효율적이었지만 대륙전체를 커버하기란 불가능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들어가지 못한 중국에서는 불과 5~6년만에 ‘아이치이’(爱奇艺)가 석권했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는 2010년 설립된 후 2018년 유료회원 8천700만 명을 돌파했고 유료서비스 수익은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사실 아이치이같은 OTT기업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시장은 해적판 천국이었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은 해적판 VCD를 통해 유통됐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중국에서 아이치이의 성공은 불법 해적판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아이치이 초기였던 2013년 ‘별에서 온 그대’를 중국내에서 독점 방영하면서 아이치이는 엄청난 유료회원을 확보하면서 생존의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

라오바이싱(老百姓)의 중국몽은 현재진행형이다. 내일은 다시 어떤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타나 라오바이싱의 삶을 변화시킬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 신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