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 칼럼] 함께하는 도반(道伴)의 정치는 곧 상생의 정치다
최 일 권 편집위원
2021-11-24 최일권 기자
우리 사회에도 수 많은 동반자가 있다. 사업(파트너)과 직장, 골프 등 취미 동호회 등에도 동반자가 필요하다. 모든 것은 혼자 보다 ‘함께’이기에 우린 서로 삶의 동반자다.
불교에서는 이를 도반(道伴)이라고도 한다.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道)를 수행하는, 뜻이 같은 사람을 도반(道伴)이라 한다.
정치권에서도 ‘도반’이 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의 모임도 있다. 이들은 때론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고 돌아서기도 한다. 대선정국인 현재 정치권에서도 힘이 있는 쪽으로 부리나케 이동하는 ‘철새’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권력을 잡으면 ‘한 자리’ 차지하려고 아귀다툼도 불사하곤 한다. 이런 가운데 ‘철새’들을 이용해 권력도 잡고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은 이가 있다.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다.
리콴유 전 총리는 원래 민권변호사로 좌익과 노조를 등에 업고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일단 총리가 되자 지지 세력인 공산당과 결별하고 권력을 같이 향유하기를 요구하는 측근들을 냉혹히 숙청했다. 특히 그의 오른팔인 주택장관을 사소한 부정혐의 하나로 권총자살하도록 몰아붙여 ‘냉혈한’이란 평까지 받았다. 이럼에도 훗날 역사는 그를 싱가포르의 국부(國父)요 인구 590만 작은 도시국가를 동남아 제일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한 지도자로 추앙(推仰)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집권자와 측근간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정권을 잡기 위해 그들과 영합했지만 일단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보니 특정 지지세력 보다는 국민 모두를 위한 국정,그리고 측근 보다는 유능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이 전 총리는 어찌보면 정치적 동반자를 배반했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성공한 정치인이자 스펙터클한 국부였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진정 가치있는 동반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된다. 지역발전을 위해서 때론 적과의 동침은 필수다. 또한 강자에 대항하기 위해 약자들이 연합하는 전략과 강자가 개별 약자와 연합하는 전략인 합종연횡도 불사해야 한다. 즉,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여야를 초월한 정치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포항시 정치지형은 과연 어떤가. 여야 각 정당으로부터 나름 인정받고 있으며 정치적 합종연횡도 가능한 현실 정치인들이 있다. 해양경찰 수장 출신으로 7년7개월째 ‘포항호’를 비교적 무난히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강덕 시장과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에 입성, 대통령 비서실 소속 균형발전 행정비서관을 지낸 오중기 민주당 전 경북도당 위원장이 있다.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의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인 허대만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세 명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흙수저 정치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이후 한 명은 경찰 공무원에서 포항시장으로, 다른 한 명은 대표적인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끝내 그들이 원했던 대통령을 세우는데 일조했다. 이 둘은 중앙 정치무대를 경험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의 관계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 전국 최연소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지역에서 봉사하는 정치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지계파와 당이 다른 이들 세 명은 ‘애증’의 관계를 초월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끈끈함이 묻어있는 포항토종들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협치’와 ‘성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계파와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정당정치의 폐혜라 볼 수도 있다. 지역현안을 풀기위해 서로 힘을 합쳐 보지만 소속 정당과 정부 등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포항호 선장 이강덕 시장 일게다. 지역발전을 위해 아무리 좋은 기획을 완성해도 정부 예산수반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물거품이 되기 마련이다. 이때 선장을 돕는 조타수가 절대 필요하다. 지진피해와 연이은 코로나 습격으로 멈춰선 포항호 항해를 위해 여권내 힘 있는 조타수 지역정치인이 절실한 시기다.
영일만 사나이들의 의리와 여야를 뛰어넘는 도반의 정치가 이뤄진다면 포항은 그야말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충분히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서로 살아 갈 수 있는 상생정치의 꿈도 실현될 수 있다.
필자가 기억하는 ‘성공한 경찰 이강덕’과 넝마주이 출신의 ‘기자 최일권’의 만남은 2001년 가을, 그가 포항남부경찰서장으로 오면서 시작됐다. 20년 전 그 때나 지금이나 그는 한결 같은 모습이다. '의리'와 '의협'은 그의 아이콘이다.
이에 절대 뒤지지 않는 오중기와 허대만 역시 '의리'의 가치가 내재된 인간이다. 지금 현재 멈춰선 포항호를 다시 순항시키는 조타수 역할에 이들의 도움과 역할이 절대적 필요한 시기다.
필자를 비롯해 대다수 시민들은 포항호가 난세의 시대를 헤치고 분열의 파고를 넘어 희망의 항구에 들어설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또한 토종 정치인 세 명이 ‘흙수저 정치동맹’으로 포항호 순항 소식을 계속 전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함께 상생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을 살리는 도반의 정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