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사숙고해야 할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배제법'

2022-11-28     대경일보
 더불어민주당이 28일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더불어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도 없애는 내용의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대한 특례법안'을 당론으로 발의, 정기국회 막바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대국의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이므로 이 법안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여야는 '국민인권에 대한 절대적 보장' 차원에서 이념과 정쟁의 틀을 벗어나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구의 경우에는 2차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독일 집권 나치스트 범죄의 경우 시효를 전면 배제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 처벌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인권 국가범죄는 6·25 전쟁기와 군사정부 시절에 많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주로 경찰, 군대 등 국가 권력기관이다. 검찰은 물론 법원마저 피해자의 호소를 모조리 외면하고 가해자인 국가기관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들의 범죄가 뒤늦게 드러나 처벌받기도 했지만, 극소수에 그쳤다. 가해 공무원 일부는 수사와 재판 조작행위를 이용해 훈장까지 받은 경우가 있었지만, 반인권 범죄로 확인된 경우에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서훈 박탈도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이 매우 미묘할 것으로 추측된다.

국민의힘은 보수당으로서 '법적안정성'을 고려해 '시효 배제'를 담은 특례법 통과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효'와 '법률불소급'은 법적안정성을 지키는 주요한 법의 원리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사실상 자신들의 선행 정권에서 발생한 국가기관 범죄이기 때문에 '반인권 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므로 무작정 반대는 쉽지 않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는 지난 문재인 정권 때 이런 종류의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법원리상 논란이 큰 '시효 배제'를 포함한 '특례법'을 발의했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이재명 방탄용'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자신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마당에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의 범죄를 적극적으로 부각함으로써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전략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은 또 반인권적 범죄로 공무원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을 하거나, 가혹행위 등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등을 규정했다.

이는 법 적용 대상 범위와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은 국가기관의 반인권 가혹행위가 사망사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