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 대통령 "심려 끼쳐 송구…국민 힘 합쳐야"

병원서 퇴원...논현동 자택 앞서 대국민 메시지 발표 "대한민국 위해 기도함으로써 역할해 나가겠다" 특사 입장 질문엔 "앞으로 기회 있을 것” 말 아껴 이재오 권성동 등 옛 친이계 총집결 윤 대통령, 이 전 대통령과 통화 "국가와 국민 위해 역할 해주시라" MB "성공한 정부위해 기도하겠다" MB "2030 청년들 편지 수천 통 받아, 젊은 세대에서 희망 봤다...모두 답장"

2022-12-30     장원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방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MBN 영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심심한, 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56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 이웃 사람들에 피해를 줘서, 우리 이웃 주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28일 0시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에 많은 분들이, 또 특히 젊은층이 저를 성원해주시고 기도해주셨다"며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 새해가 왔다. 지난해에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많이 힘드셨다. 코로나로 지난 3년간 국민 여러분들, 기업하시는 분들 모두가 다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크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를 맞이해서 세계적인 위기를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다시 경제번영을 통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특히 서민층이 일자리를 얻고 복지가 강화되는 그런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 역시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특별사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더 할 말은 없다"며 "앞으로 더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약 2분 30초 동안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이 전 대통령은 곧장 자택으로 들어갔고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권성동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이 뒤따랐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약 2분에 걸쳐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인사들 전언에 따르면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했고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위해서 역할을 해달라"고 언급했고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도록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당시 이 전 대통령 자택 안에는 정치권 인사들과 지역 주민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만큼, 통화가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결국은 대한민국의 성공이기 때문에 뒷받침을 잘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밝혔다. 

권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런 젊은 세대들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하자"고 했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교도소) 안에 계실 때 19세에서 23세 사이에 청년들로부터 수천 통의 편지를 받았고 일일이 답장을 다 해주셨다"며 "대화를 나누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보았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번 사면을 계기로 친이계 의원들이 다시 결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친이·친박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개념이라고 본다.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고 과거에 정치적 인연이 있던 분들이 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어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만난 뒤 페이스북에 "사저 안 거실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이 전 대통령은 그간 옥고를 치른 일들에 대해 회고하시면서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다시 경제 번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임태희·하금렬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두우 최금락 홍상표 전 홍보수석, 김황식 전 국무총리, 류우익·맹형규·윤증현 전 장관, 정병국 이군현 김희정 전 의원 등 MB정권 핵심 인사들이 자리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는 권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조해진·류성걸·박정하·태영호 의원 등이 찾았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돼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인 지난 28일 0시를 기해 '자유의 몸'이 됐다.

뇌물·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2018년 3월 22일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던 이 전 대통령은 올해 6월 건강 악화로 형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