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山시론]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외교
朴暎根 주필·신중년사관학교 명예총장
2023-03-22 대경일보
그저 비판이나 하고, 우리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지나가 버리면 제일 안전한 상대였다. 문재인 대통령 5년이 그러했다.
윤 대통령도 비판이나 몇 번 하고 그냥 세월이 해결할 것이라고 기다리면 4천 명이나 되는 반대자들이 윤 대통령이 나라 팔아먹는다고 궐기대회 같은 소요는 없었을 것인데, 볼일 보고 뒤처리를 안 한 것처럼 찝찝한 존재가 일본이기에 한판승은 어차피 피해 갈 수 없었다.
한국과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극도로 감정이 악화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이 이제는 지난 세기의 후진국이 아니라 세계 평화 질서에 책임질 지도국가인데 매듭을 풀지 못하는 것에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외교면에서도 그렇지만, 안보면에서는 독재체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러시아, 북한과 인접한 한국이 일본과의 충돌로 미국의 대중국정책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고 하여 노골적인 비난은 피해 왔지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의 일본 특공 외교는 떠날 때만 하더라도 걱정이 앞섰다. 평생 검찰이란 울타리 안에서 살아 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갑자기 외교 역량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어쩌려고 저러나 하는 염려가 컸었는데 그것은 하나의 기우였을 뿐이었다.
일본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발가벗은 모습으로 숨길 것이 하나도 없다. 나의 솔직한 의견에 일본이 함께했으면 한다면서 보따리를 풀었다.
그 결과 드러난 것이 군사정보 보호협정(지소미아)을 완전 정상화였다. 사실 군사 정보에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한 수 위다. 우리는 휴민트인 인적정보 뿐이지만 일본은 장비가 월등하다.
그것을 다 같이 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월등한 정보 수합 능력을 갖추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 판결로 한·일간 경제협력이 올스톱 되면서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금지했다.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국가)에 포함시킴으로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당해왔다.
이런 문제 덩어리가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에 넘어왔다. 문 정부처럼 손발 다 놓고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면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만, 오늘날 국제정세는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조금만 빈틈을 주면 신진세력이 순식간에 치고 올라오는 세상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 해 버렸다. 기시다 총리도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살피느라 직접 몸으로는 뛰지 않고 풍향계만 잡고 대비 중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금 세상이 뒤바뀌는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담이 나돌고 있다. 가짜뉴스가 아니라 한국의 제일 야당이 일으키고 있는 ‘찐 가짜뉴스’다. ‘反日집회’에서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주’라는 천지개벽할 소리를 마구 짖어대고 있다.
이마저도 야당의 대표가 마구 쏟아내고 있다. 자위대 한국 진주 문제는 2015년 미 일간에 신 가이드라인이 합의되었을 때 한국의 동의 없이는 자위대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법적 조약을 확실하게 해 놓았다.
나 같은 촌로(村老)도 알고 있는 문제를 이 나라 제일 야당의 대표가 모를 리 없음에도,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외친 것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흠집 내기 위함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진정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외교가 정상화 되어도 모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 문제가 제일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일본은 속마음이 어찌 되었든 간에 ‘과거사’에 관해 사죄했다.
1990년 살아 있는 신(神) 아키히토 일본 천황은 식민지에 대해 “귀국의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나는 통석의 염(매우 슬퍼하고 애석하게 여기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정식으로 사과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10년 나오토 담화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는 ‘망국적 한일 정상회담 규탄’ ‘제2의 삼전도’ ‘정의 평화 실현’ 등 온갖 구호를 내걸고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기 위해 한일회담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왜 우리 국민 중에는 이렇게 어둔한 자들이 있을까.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굴욕외교의 원흉’이라고 매도했다. 만약 그때 한일회담이 실패해 국가 경쟁력에서 밀려났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을까?
지금 한국은 ‘죽창가’를 부르짖으면서 맨손으로 싸우던 저개발 국가의 신세는 아니다. 이제 한국은 일본을 압도할만한 선진국 대열에 서 있다. 만만하게 볼 나라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인데, 스스로 후진국을 자처하는 망국 노름은 그만하자.